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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에 열광하면 안 되나?무라카미 하루키에 열광하면 안 되나?
Posted at 2009/09/24 19:52 | Posted in 보여 주는 일기장[문화]무라카미 하루키에 왜 열광하나
(위클리경향) 링크
하루키는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이다. 어쩌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기사나 포스팅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하는. 모두가 열광하는 하루키를 차가운 시선으로 평가하고 심지어 폄훼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 지적으로 보일 것 같기 때문에?
전에 이런 포스팅을 본 적이 있다. 하루키는 자기 책 속에서 음악 얘기를 굉장히 자주하는데 소설 속에서 말하는 배경의 연도와 그 음악이 나온 연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포스팅이었다. 내가 본 바로도 여러 부분 틀린 내용이 있었고 그 팬(팬이라고 불러야 할지 사실 확실치 않다)의 지적은 옳았다. 쉽게 말해 '있어 보이려고' 그런 음악을 억지로 소설에 넣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 말도 맞다. 하루키의 책을 보다 보면 음악이나 옷, 구두, 자동차, 술, 배우 등등을 사소한 내용에서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브랜드나 색깔, 그 사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까지 기술한다. 그 분위기는 하루키의 시크한 문장과 함께 독자들에게 하루키만의 느낌을 갖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 많은 것들을 책 속에 쓰면서 실수를 했는지도 모른다. 하루키는 그런 기사들이 나오고 더욱 조심하게 됐는지도 모르지. '있어 보이려고' 썼다고 해도 사실 내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과도하게 허세로 보이지 않고 '있어 보이려고' 써서 그렇게 보였다면 작가로서는 성공한 문장이 아닐까? 그냥 하루키답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키의 책을 전부 읽은 건 아니지만 에세이를 포함해서 3/4 정도는 읽은 것 같다. 그 중에 서너번 씩 읽은 책들이 반을 넘는다. 사실 그렇게 자주 읽고도 구체적인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할 때도 솔직히 별 할 얘기가 없다. 머리에 남는 게 별로 없으니까. 그저 내게 남는 건 하루키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묘한 리듬감과 매 장면 영화처럼 기억되는 인상들이다.
하루키의 책을 읽는 건 인생의 깨달음을 얻고자함도 아니고 위대한 고전이 주는 감동을 느끼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들은 것처럼 가끔씩 그 느낌을 꺼내어 추억하고 싶은 이유에서 읽는다. 예술을 이해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가는 타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내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음악이나 문학을 누군가가 열렬히 좋아한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에게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는 존재다. `이런 허접한 걸 뭐라고 열광하느냐?'라고 떠드는 건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소리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읽고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정도는 읽어야 제대로 된 독자라는 얘긴가? 클래식을 들으면 상급 문화를 즐기는 문화인이고 힙합을 들으면 저급 문화에 빠져서 문화인들이 하사하는 예술훈민정음이 필요한 어리석은 '백셩'이 되는 것일까.
번역 일을 하면서 자주 보는 포스팅이지만 영화 오역 관련 포스팅에서 이와 유사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특정 작가를 지목해서 A4 두 장 분량으로 욕을 해 댄다거나 자기가 '더 나은' 번역이라고 자막을 고쳐서 당당하게 포스팅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영화' '오역'으로 검색하면 거의 상위에 뜨는 글이 있다. '이미도의 만행'이라는 포스팅이다. 그 글도 읽어 보면 그 블로거의 말이 맞다. 이미도 씨의 실수가 어느 정도는 눈에 보인다. 나도 번역 작가의 입장에서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명백히 오역인 경우도 있다. 요점은 오역을 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만행'이라는 제목까지 달아서 자신의 지적 능력을 자랑하려고 하는 오만함이 보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게 일류야? 나보다 못한데'라는 말. 전혀 건전하지도 발전적이지도 않은 소모적인 논쟁. 1인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항상 이렇게 많은 사람의 적이 되는 걸까?
직장인 밴드에 친해진 형님이 한 분 계신다. 형은 음악을 들을 때면 항상 아이처럼 웃고 즐긴다. 그 팀이 잘하든 못하든 그 자리에선 정말 즐겁게 음악을 즐긴다. 내가 형을 만날 무렵엔 쓸데 없는 오만함이 가득하던 때였다. 어느 공연을 봐도 심지어 프로의 공연을 봐도 트집 잡기에 바빴다. 저긴 보컬이 음이 떨어졌네. 베이스 터치가 마음에 안 드네. 기타 톤이 촌스럽네. 드럼 스네어 스트록이 어설프네 등등등등등. 언젠가 형이랑 술을 마시다가 또 그런 얘기를 했다. 방금 본 공연은 뭐가 어땠네 하며 또 콧대를 세우고 떠들어 댔다. 얼큰하게 취한 형이 그런 얘기를 했다. 음악을 들으러 갔으면 음악을 듣고 즐기면 되는 거라고. 그걸 분석하려고 들지 말라고. 아무 얘기도 아닐 수 있지만 그때 난 10톤이 넘는 해머로 맞아 깨지는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내 오만함의 가장가리 일부분도 같이 깨져 나갔다. 아직도 형에게 너무 감사하는 부분이다.
예술은 사회에 이바지할 의무도 모든 이를 만족시킬 의무도 없다. 그걸 보고 듣고 느끼는 단 한 명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 작품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지닌다. 쓸데 없이 예술을 분석하고, 비난을 지적 능력 발산 욕구의 왜곡된 분출구로 삼는 자들은...
글쎄다. 그냥 그렇게 사시길. 난 하루키가 좋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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