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는 무섭다 - 영상 번역가의 변시청자는 무섭다 - 영상 번역가의 변

Posted at 2009/10/23 02:04 | Posted in 영상번역 이야기/영상번역?
폭스 채널 미드를 즐겨 보는 애청자입니다.
좋아라하는 넘버스 시즌2 10월 8일자 10시 방송 '집앞에서 당한 여자' 에피소드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번역을 어디다 맡기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완전 아마추어인가요?
통,번역가들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기본적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함이 당연한데...
솔직히 폭스채널 다양한 미드 보면서 자잘한 번역 오류가 보통 거슬렸던 것이 아닌데 이번엔 한마디 하고 싶었습니다.

energy futures를 미래 에너지라고 번역하셨더군요
futures는 미래라는 뜻이 아니라 여기서는 선물을 뜻합니다.
선물 아시죠? 先物, 사전에도 찾아보면 나옵니다.
네이버 사전에는 '장래의 일정한 시기에 현품을 넘겨준다는 조건으로 매매 계약을 하는 거래 종목'
이라고 나와 있지요.
금융 시장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거래 형태입니다.
그리고 trade를 무역이라고 번역하다니
뒤 화면에 주식 차트 화면이 나오는데도 그걸 무역이라고 번역하는 정도면
번역하신분이 도대체 에피소드를 보시긴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사건의 가장 핵심인 선물 거래 내역 조작을 미래 에너지 무역이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에피소드 전체의 흐름을 망친 걸 안다면,
제가 번역가라면 얼굴을 못들고 다닐 겁니다.
'제게 무역 잡무를 시키셨잖아요'라는 아들의 멘트는 어이가 없더군요...

미드 전문 채널이라면서 번역을 저렇게 하면 안되죠.

앞으로는 능력이 검증된 번역가를 고용하도록 하세요.

폭스 채널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 왔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작업하는 채널 중에 하나라서 가끔 게시판도 모니터링하는데 이런 글이 올라오면 제 얘기가 아니라도 정말 ㅎㄷㄷ합니다;;; 게다가 원래 넘버스가 제가 작업하던 작품이라 더 무섭네요. 넘버스 시즌1, 2는 다른 작가님이 하셨고 저는 시즌4와 시즌5를 작업했습니다.

이런 글을 보면 '난 번역을 잘했어'라기보다 '난 요행으로 안 걸린 거 같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넘버스는 전문 지식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라 용어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저도 언젠가 시청자 분에게 지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진짜 귀신 같죠 -_-;; 그걸 어떻게 찾으셨는지. 윗글에서도 보이시겠지만 작가들도 다 까먹는 인물들의 대사를 기억하고 계십니다;;

광대역 믹서 서큘레이터
역반사기를 써 볼까요?

- 그건 아니야
- 좀 그렇죠?

 3진 연산 컴퓨팅은요?
 
희생 스페이서 층을
이용한 나노섬유는요?

나노섬유까지 나왔는데
장난하시는 거죠?

- 넘버스 시즌5 에피소드2 중에서 -

캐릭터들의 잡담인데 드라마 내용과 아무 연관도 없는 대화입니다. 번역 작가 입장에서는 죽고 싶겠죠? -_-;;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이 용어와 내용이 완벽히 맞는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1:1 매칭이 되지 않는 용어도 많고 제가 전문가도 아니니까요.

워낙 번역 작업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정확한 용어를 찾는 것도 한계가 있긴 합니다. 전에 피디님이 수학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는 게 낫겠느냐는 말씀도 있었는데 괜찮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제 일정만 더 빡빡해질 테고 넘버스엔 수학, 물리학, 컴퓨터 공학 관련 얘기가 굉장히 많아서 특정 분야 감수자 한 명으론 어차피 의미가 없거든요. 작업 시간도 충분히 여유롭고 감수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작가의 실수를 무조건 두둔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주어진 상황이 그렇다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죠. 다만 작가들도 제작하는 분들도 정말 꼼꼼히 작업하고 감수에 감수를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시청자 분들이 모르실 것 같아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드라마 한 편을 하루에 작업합니다. `완벽한' 작업을 만들기엔 정말 짧은 시간이죠.

이렇게 게시판에 오역 관련 글이 뜨면 해당 작가에게 타격이 엄청나게 큽니다. 업체나 채널에서 그 작가를 못 믿게 되거든요. 그래서 심하면 일이 끊기는 경우까지 갑니다 -_-;; 순식간에 손가락 빠는 상황이 오는 거죠. 저도 비슷한 경우를 겪은 적이 있는데 프리랜서가 저런 경우를 당하면 정말 패닉입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됩니다.

전에 모 커뮤니티 게시판 댓글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마음에 드는 번역이나 칭찬할 번역 기억나는 게 있으면 영화 제목을 써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그러시더군요.

영화 보고 자막에 대해서 별다른 코멘트가 안생기는 영화가 자막이 잘된 영화라고 봅니다.
(꼭 자막 잘만들어졌다고 감탄할 필요는 없죠. 영화 감상하러 간거지 자막 잘만들어졌나 감상하러 간게 아니니까요.)
반면 '아쒸 이거 누가 번역한거야!! 번역자 이름이나 좀 보자' 라고 생각을 하면 꼭 xx씨가 이름이 걸려서 안타까울뿐이죠..

자막 잘 만들어졌나 감상하러 간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자막에 신경을 쓰시는지 참 이해가 안 되는 분입니다. 자막 잘 만들었다고 감탄해 달라는 게 아니라 그렇게 끔찍히 싫어하는 번역 작가가 있고 자막이 있으면 당연히 마음에 드는 번역도 있는 게 정상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자막에 별 신경 안 쓰시는 분이 누가 작업한 자막인지 이름은 뭐 하러 보시는지 ㅡㅡ;; 잘하면 본전이고 실수하면 역적? 잘했을 땐 칭찬도 해 줘야 하는 겁니다. 아무튼 번역 작가들을 혼내는 것도 시청자 분들이고 자극해 주는 존재도 시청자 분들입니다. 그러니 너무 혼만 내시지 말고 잘한 게 있으면 칭찬도 해 주시고 위로도 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ps 제 작품에서 오역 보신 분들은 조용히 제 방명록에 써 주시면 나중에 술이라도 한 잔... -_-;; d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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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잎새
    왜 이제야 발견한 걸까요...^^?
    애초에 어떻게 찾아 들어왔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홀딱 빠져들어 작은평화 님의 글들을 읽었습니다. 이 바닥에 발 들인지 몇 년이 흘렀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불안한 날들이 꼭 찾아오곤 하네요. 구절 하나하나 얼마나 공감을 했는지 모르실 겁니다. ( ..) 번역을 하다 보면, 그 자리에 꼭 들어맞는 한 마디가 생각날 듯~ 말 듯~ 해 약이 오를 때가 있는데요. 가끔은 작품의 대사가 아니라 제 마음을 그렇게 딱 맞게 표현할 길이 없어 답답할 때도 있어요. 번역에 대한 그런 마음을, 좋은 선배님께서 속 시원히 대신 말씀해 주신 것만 같아 작은 평화가 아니라 큰 평화 얻고 갑니다.^^ 심각한 슬럼프였는데... 기운이 많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자주 놀러오게 될 듯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죠..^^?
    초면부터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T^T 진짜 기뻐서...^^;
    다음엔 조금 덜 푼수같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해요, 작은평화님^^!
    • 2009/10/23 13:14 [Edit/Del]
      영상 번역 작가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ㅎㅎ
      아 그리고 두줄의승부사 가입하시죠?
      그럼 언젠가 얼굴도 볼 수 있을 텐데요.
  2. 저랑은 전혀 관계없는 업종이긴 하지만, 왠지 너무 공감이 가는군요.^^
    잘된 것은 티가 안나지만, 못한 것은 확 티가 나는.. 일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많이 억울하죠.
    넘버스 저도 종종 봤던 작품인데, 이런 고충을 겪으면서 일하시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하긴 워낙 수학, 물리학, IT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오니까 번역하시는 분들은 정말 고생이시긴 하겠어요.^^
    앞으로 외화나 번역된 자막 볼 때는 뒤에서 작업하신 분들의 수고 다시한번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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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시즌4 작업 종료넘버스 시즌4 작업 종료

Posted at 2008/10/17 20:00 | Posted in 영상번역 이야기/나의 번역 작품

XTM에서 방영했던 대망의 넘버스 시즌4 작업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섭섭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수학이라기 보단 그냥 '과학 수사물'에 가까운 무시무시한 수사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지긋지긋하기도 하네요;;

여담이지만 저는 구구단을 6학년 올라가면서 외웠습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_-;; 재수했던 것도 오로지 수학 때문이었는데 1년 동안 수학만 공부했지만... 고3 수능 수학 성적 80점 만점에 48점. 재수 수능 수학 성적 42점 -_-;;

아무리 생각해도 숫자엔 소질이 없나 봅니다. 이런 사람이 수학 수사 드라마를 작업했으니 얼마나 갑갑했겠습니까 ㅠㅠ. 뭐 다행히 계산 문제 같은 건 나오지 않았습니다.


크오!!!! 증오할 테다. 수학!!!!



돈 : 제발 말 좀 더듬지 말고 똑바로 말해라. 아주 그냥 ㅠㅠ
찰리 : 넌... 대사 외우느라 힘들었겠다. 그냥 이해해 줄게.
앨런 : 꿈에 그리던 아버지상이더군요.
메건 : 한국인과 결혼했다죠?
래리 : 과학자인지 몽상가인지... 난해한 대사가 일품이던 캐릭터
데이빗 : 요원들 중에 말이 가장 빠른 아저씨. 쩜...
콜비 : 그나마 말이 느려서 항상 고마웠던 과묵한 멋쟁이.
리즈 : 가장 아리따운 여성 캐릭터였는데 돈에게 차여 버린 -_-;;


아무튼 좋은 경험하게 해 준 넘버스에게 감사를. 다음 시즌도 제가 하게 될진 모르지만 그때까지 수학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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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고했네 친구
    이제 정모 좀 잡아보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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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 시즌4 작업 개시넘버스 시즌4 작업 개시

Posted at 2008/07/23 16:09 | Posted in 영상번역 이야기/나의 번역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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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TM에서 방영 중인 넘버스 시즌4를 작업하게 됐습니다. 구구단도 6학년 올라가면서 외운 작평이기 때문에  이걸 한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심했습니다 -_-;;

이제 1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역시나... 수학 용어가 대책 없이 나옵니다. 시즌4 1편에서는 `내쉬평형'과 `방위 배치 이론'이 나오는군요.`방위 배치 이론'은 제가 임의로 만든 거랍니다. 사실 이론은 아니고 `배치법'이라고 하는 게 맞는 말인데 어찌 하다 보니 이게 더 괜찮은듯...

로앤오더만 탈출하면 일이 좀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도 이런 오산이 없더군요 ㅠㅠ 주인공인 수학 전문가 찰리는 평소에도 일상 언어가 전부 수학입니다. 고교 시절 `다자 게임 이론'을 이용해 학생 회장 선거에서 효과를 봤다느니 등등

어찌 보면 그런 대사들이 나오지 않아도 될 부분에 억지로 끼워 넣었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하면서 찰리에게 욕까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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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좀 형한테 맞아야겠다... ㅠㅠ


시즌 4가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시청 바랍니다. ^^
시작하면 XTM 게시판에 `번역 작가님 킹왕짱!' 글 잊지 마세요 ㅋㅋㅋㅋ


PS. 수학을 전공하신 분이나 전공하고 계신 분 중에 도움 주실 수 있는 분은 제게 메일 한 통 주세요 ^^

PS2. XTM은 번역 작가 이름도 띄워 준다고 하더이다. 폭스 채널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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