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IS의 깁스로 보는 리더십


요즘 작업하고 있는 NCIS에 등장하는 특수 요원 깁스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저도 하도 수사물만 작업해서 수사물이라면 이제 좀 질색을 하는 편인데 NCIS는 캐릭터 덕에 점점 더 몰입하게 되네요. NCIS는 캐릭터를 정말 잘 살린 드라마입니다. 각 캐릭터마다 매회 반복하는 반응이나 태도가 일정합니다. 리더십이 강한 깁스, 바람둥이 토니, 항상 토니와 티격태격하는 케이트, 꼭 부검 중에 삼천포로 빠지는 더키 박사, 하드코어 마니아 고스족 에비. 그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단연 깁스입니다.


1. 리더는 무뚝뚝해야 한다.

깁스는 전직 해병대 중사 출신으로 현재 NCIS의 팀장 격인 인물입니다. 깁스는 부하들에게 굉장히 엄격한 상관입니다. 조금이라도 기어오르는 건 용납하지 않죠. 미국 드라마, 특히 수사물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지만 깁스는 부하의 뒤통수를 후려치기도 합니다. -_-;; 통화할 때도 자기 용건이 끝나면 상대 말은 듣지도 않고 그대로 끊습니다. 할 말만 간단히 하고 우선 몸으로 먼저 움직이는 타입이죠. 상대와 대화할 때도 듣고 싶지 않은 말이거나 심기가 불편하면 중간에 딱 한 마디로 끊어 버립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들고 출근하고 혹시라도 누가 자기 커피를 쏟으면 부하들은 하루 종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가슴을 졸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깁스의 집 전화 자동 응답 메시지가 이렇습니다. 'Gibbs, talk' 끝입니다. 어떤 성격인지 아시겠죠? 매회 꼭 나오는 비슷한 대사가 있습니다.
* 깁스 하늘색, 토니 녹색

그럼 부모부터 조사해
얼마나 걸리겠나?

- 24시간이면 어떻게든...
- 12시간 내로 끝내        

16시간으로 하죠

나랑 흥정하자는 건가?

대부분 이런 내용입니다. 부하들에게 넉넉한 시간을 주지도 않고 무조건 몰아붙이는 타입입니다. 이런 대사도 많지만 말을 끊는 대사는 훨씬 많이 나옵니다. 원래 성격이 그럴까요? -_-;;

- 보스, 괜찮으시면...
- 시끄러 or 바뻐 or 안 괜찮아 or (그냥 노려 보기) 등등등등


이럴 때 뻘쭘해 하는 부하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NCIS의 재미 중에 하나라고 할까요? 이런 무뚝뚝함과 어딘지 모르게 오만한 태도는 괜찮은 리더의 한 부분일런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리더는 부하보다 위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위치를 말해 준다라고나 할까요.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왔던 강마에도 굉장히 무뚝뚝하고 오만한 사람이죠. 사람들에게 상처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하지만 사실 틀린 말은 없습니다. 깁스도 그런 성향의 사람입니다.

2. 리더는 외모가 좋아야 하며 성적인 매력과 천진난만함을 갖춰야 한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깁스는 굉장한 미남입니다. 그래서 어딜 가든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극중에서도 결혼을 세 번이나 했었습니다. 지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혼을 해서 싱글로 살고 있죠. 제 생각엔 개인의 성적인 매력도 리더의 자질에 꽤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나 싶습니다. 성적인 매력이라는 건 본인에게 자신감과 당당함을 주는 요인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드라마를 다운받아 보는 게 아니라서 캡춰 하지는 못했지만 미소가 정말 너무나 멋집니다. 제가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그 미소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중년 배우 중에 가장 개구진 미소를 가진 사람입니다. 얼마나 천진난만하게 웃는지 제가 여자라면 보는 첫눈에 빠져 버렸을 겁니다. 깁스는 가끔 부하나 다른 사람에게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자기가 먼저 장난을 치지는 않지만 아주 짖굳게 장난을 치죠. 그리고 딱 그 표정으로 웃습니다. 가끔씩 보이는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 때 묻지 않은 순수함 같은 요소도 리더에게는 꼭 필요한 요소 같습니다. 평소에 아주 무뚝뚝하기 때문에 효과가 훨씬 크죠.





3. 때로는 다정한 면을 지녀야 하며 희생정신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내내 무뚝뚝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부하를 보호하고 아낄 때는 정말 격하게 아낍니다. 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진 않습니다. 은근히 모르는 척 도와주거나 부하들을 보호하기 위해 혼자 말도 없이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부하들을 위해서라면 상급 기관의 눈치도 보지 않습니다. 위에도 썼지만 무뚝뚝한 리더이기 때문에 부하들은 가끔씩 보이는 이런 면에 마법에 홀린듯 빠지는 걸지도 모릅니다.

4. 신체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

깁스는 전직 해병대 출신입니다. 캐릭터 프로필을 읽어 보니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해병대 특급 저격수 출신이더군요. 받은 훈장만 해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풍기는 이미지가 전쟁 용병 같은 이미지입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는 체력도 큰 역할을 하죠. 특히 남성 리더에게는 이런 신체적인 능력과 어두운 카리스마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뭐 하나 자기 몸으로 건사할 수 없는 리더라면 순식간에 신용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5. 업무 능력이 훌륭해야 한다.

전직 저격수라서 그럴까요? 깁스는 사건을 보는 눈이나 용의자의 눈빛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수사 능력도 최고급입니다. 위기의 순간에 대처하는 방식도 훌륭하고 부하들을 적시적소에 배치할 줄 압니다. 이런 깁스에게 부하들은 아무런 토를 달지 않습니다. 그의 방식이 최고라는 걸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6. 어딘지 모를 괴짜 기질이 있어야 한다.

깁스는 전화 통화를 싫어해서 전화를 아예 꺼놓고 사는 사람입니다. 쉬는 날이면 집 지하실에 들어가 나무 보트를 직접 수공 공구로 깎아 만들며 혼자 시간을 보냅니다. TV나 영화도 보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놀이 기구 이름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편하다고 느끼는 것들만 고집하는 독불장군이죠. 그래서 부하들은 깁스의 과거가 어떤지,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좋아하는 게 뭔지도 전혀 모릅니다. 부하들에겐 미스터리한 인물이죠. 이런 신비감도 리더의 매력에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어디까지나 픽션으로 존재하는 인물이고 이런 인물이 존재하기는 정말 어려울 겁니다. '모든 면을 갖춘 리더' 사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이런 리더를 만나 본 적이 없어서 더 깁스를 동경하는지도 모릅니다. 기획서 업무는 죽어라 시키면서 올릴 때는 자기 이름으로 올리라는 상사, 윗선 눈치 보느라 부하들은 죽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상사, 실력은 전혀 없고 치졸하기까지 하면서 권위만 내새우는 교사, 신체적인 능력은 초딩 수준도 안 되면서 계급 높다고 후임들에게 스트레스 푸는 선임 고참. 확실히 세상엔 좋은 리더보다 그렇지 못한 리더가 많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멘토'라 할 만한 사람을 만나 보지 못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일은 있어도 정말 깊은 고민은 꺼내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깁스 같은 선배가 있었다면 지금보단 제 맘이 훨씬 편했겠죠. 그래서 지금도 작업을 하면서 깁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환호하고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맘에 드는 캐릭터를 만나는 게. 그래서 그나마 지루한 작업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Thanks, sir!

NCIS는 시즌1부터 폭스 채널에서 매일 밤 11시에 방영 중입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ckback Address :: http://subtitler.net/trackback/51 관련글 쓰기
  1. 어흑~ 저도 NCIS 겁나게 봤었는데~ 늠 잼나요, 정말! 전 그 Goth 스타일의 싸이언스 아가씨가 제일 좋아요! 이름이 뭐였드라...

    • 랩실의 멋쟁이 법의학관 이름을 원하신다면

      에비슈토양입니다.

      깁스옹께스는 엡스라고 부르시죠.

  2. 역시 그랬군요, 깁스 시리즈를 2에서 4까지 내 손으로 편집했기에 폭스에서 1을 한단 걸 알고 오늘 방송을 봤어요. 것도 새벽에 ㅋㅋ 재방으로.. 내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기억하시려나요 과거 파워캐스트 우리 같이 한 작품은 아마 석희님 힘들게 했던 성범죄 시리즈 8이었나... 구보미예요.
    엠빌로 분리되면서 나도 내 길 찾아 분리됐지만 ^^,
    - 이제 피디 일은 그만뒀지만 피디 일을 시작한 첨부터 지금까지 나한테 이 작품은 대표작이나 다름없답니다. 시즌5는 내가 휴직했을 때 엑스티엠에서 다른 피디가 작업했지만.

    암튼 오늘 방송을 보다가 도대체 작가가 누굴까.. 어찌 저리 내가 사랑하는 깁스를 잘도 알까..
    거만함이지만 대한민국에 나만큼, 시즌2부터 번역한 엑스티엠 채널 쪽 작가님만큼-아니 그보다 더 알차게 캐릭터와 말을 다루는 이 작가를 찾다찾다 여기까지 왔네요. 역시 석희님이었어.

    종현님 블로그부터 들렀다 왔어요. 친한 척은 아니지만 작품으로 아는 척해도 되는 사이인 건 맞죠?
    지켜볼게요. 피디로서 나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깁스. 토니. 에비. 제스로와 시즌을 넘기면서 만났던 수많은 인물들이 석희님 손에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요. 떨리고 행복할 것 같아요.

    이 작품 때문에 엄청난 군사 계급 자료를 모아 뒀어요. 석희님은 프로니까 당연히 알아서 하시겠지만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멜 주소는 종현님이 안답니다.

    번역한 사람만이 알죠... 그 다음에 피디가 알죠. 이 캐릭터들을 세상에 내보이는 마음을.
    파이팅하세요. 멋진 글발로. 언젠가 윤피디님께 보냈던 쿠키처럼 달콤쌉싸름한 필로!!

    끝내줬어요. 시즌1을 멋지게 다시 볼 수 있단 게. 어떤 피디님과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엔씨아이에스 팬으로서, 석희님 팬으로서 쭉 볼게요. 엑스티엠 시즌 6도 혹시 suky?

    • 오랜만이네요 ^^
      대학원 공부하신단 얘기는 얼핏 들었습니다.
      공부하시느라 힘들겠어요;;;
      어떻게 블로그까지 오셨대요 ㅎㅎㅎㅎ
      요즘 NCIS 일정이 빠듯하긴 한데
      캐릭터도 그렇고 내용도 재미있어서 다행히 즐겁게 작업 중입니다. 작업은 양피디님과 하고 있어요.
      원래 폭스 것만 했는데 NCIs 시즌6도 맡게 됐네요;;
      아무튼 가끔 놀러오세요.
      공부 열심히 하시고요!~

  3. 엔씨 시즌6 엑스티엠이 드뎌 내일이네요, 콜라 팝콘 준비 완료.
    일 그만두니까 젤 좋은 건... 몰입할 수 있다는 거죠잉~~
    석희님 파이팅!

  4. 글 잘 읽었씁니다. 우연히 트랙백 따라 들어오게 되었는데 좋아하는 NCIS 의 번역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네요. 어제도 혼자 자정이 넘도록 TV 앞에 앉아있었습니다. 블랙커피 한잔 놓고..^^
    앞으로도 열심히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 제가 요즘 완전 몰입하고 있는 ncis도 하셨군요!!
    정말 ncis의 캐릭터들은 다들 확고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담시즌도 하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