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밴드오브브라더스' VS KBS '전우'
영화 이야기 밴드오브브라더스, 전우 View Comments
최근에 밴드오브브라더스와 퍼시픽 두 작품을 번역하면서 전쟁물을 지겹게 다뤘는데 전우라는 작품이 나온다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사실 두 작품을 비교하는 건 시도 자체에 무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들어간 예산의 규모가 너무 다르거든요. 전우를 제작한다는 발표가 나오고 포스터를 보면서 BOB를 떠올리셨을 겁니다. 저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한국판 밴드오브브라더스가 나오는구나! 1편을 보게 됐는데 솔직히 실망 반, 기대 반입니다.
BOB도 고증이 정확했던 건 아닙니다. 부분부분 틀린 내용이 있어서 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http://bit.ly/dx2XL3 페이지의 하단을 보시면 역사적 사실과 틀린 내용들이 나옵니다. 극적인 구성을 위해 변경한 것도 있지만 실수로 틀린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몇 내용을 제외하면 고증이 거의 완벽합니다. 특히 작전 전개나 최전선 전황에 대한 내용은 더욱 정확하죠. 전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편에서 나온 중공군 개입 장면은 포로 심문이라는 극적 요소가 꼈지만 중공군 병력을 5만 정도로 우습게 봤던 점, 중공군이 연합군 정찰기를 피해 산에 숨어 있다가 남진하는 장면(당시 연합군은 정찰기를 아무리 띄워도 산에 숨은 중공군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북과 피리를 불며 뛰어드는 장면 같은 경우는 정말 정확했습니다. 연합군 쪽을 우회해서 약한 국군만 때리던 것도 역사적 사실 그대로죠.
어설픈 장면을 얘기하자면 시가전에서 방탄모에 풀을 꼽고 있는... -_-;; 지금까지의 한국전 영화나 각종 드라마에서 국군의 모습은 항상 방탄모를 풀로 위장한 모습이었습니다. 산악 지형에서나 그렇게 위장을 하지 시가전에서 방탄모에 풀을 꼽진 않습니다. 시멘트 밖에 없는 시가지에서 나 여기 있다고 알려 줄 일 있습니까? -_-;;
그리고 1편 마지막에 보면 중공군이 진격하는데 탄을 모두 소진한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전대원이 소총을 내려놓고 대검을 꺼내서 들고 뛰어듭니다. 이거이거... 아닙니다;; 탄약을 모두 소진해서 백병전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소총에 대검을 착검하고 붙는 게 상식입니다. 무슨 다들 칼잡이 출신도 아닐 텐데 사단 전체가 한 손에 대검만 가지고 뛰어나갑니까. 이것도 물론 극적인 효과를 위해 연출한 장면이겠지만 그리 실감이 나지도 않았고 칼싸움이라는 원초적인 연출에도 실패했습니다. 아마 M1용 대검이 없고 M16용 대검만 있어서 저리 한 거 같은데... 대충 착검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뭘로 고정하든지 해서 하지 맨손 칼은 좀...
그리고 또 아쉬운 장면을 말하자면 밤에 조명탄을 터뜨리고 중공군이 다가오는 걸 보는 장면에서 화면을 가득 채워야 할 중공군이 너무 적습니다... 이건 CG로라도 좀 어떻게 하지. 1개 중대 병력 옆으로 펼쳐 놓은 거 같은 장면이라니... 당시에 1사단이 방어를 맡았고 중공군 3개 사단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4만 명이 넘는 병력이란 소리죠. 저는 이 장면을 가장 기대했는데 기대가 어이 없이 무너졌습니다. 예산이 문제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하나 더 말하자면 국군이 타고 다니는 탱크... 한국전 당시에 한국군에게 그런 전차가 어디 있습니까. 한국군은 화력이 너무 약해서 북한군이 전차 몰고 오면 후방으로 빠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합군이나 화력이 막강했죠. 그래서 중공군도 화력이 약했던 국군만 때린 겁니다. 국군을 빠지면 동일선에 있는 연합군도 빠져야 했으니까요. BOB처럼 물량 공세를 퍼부을 수 없다면 당시 모습 그대로 최대한 '헝그리'하게 그려야 합니다. 그나마 쓸만한 화기라고는 똥포밖에 없던 열악한 상황을 그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군복도 하나 같이 말끔하고 아무리 봐도 헝그리한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압록강에서 밀리기 시작한 시점부터를 봐야 할 부분이겠죠. 뒤에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지금 깨끗하게 차려 입힌 거라고 믿겠습니다.
BOB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바스토뉴 에피소드를 뽑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지 중대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개고생했던 전투이기 때문입니다. 물자 지원도 안 되고 날은 춥고 포격은 끝도 없이 쏟아지고 병사들은 심적으로 무너져 가고. 전우도 이런 점들을 참고로 그려야 할 겁니다. 괜히 있지도 않았던 탱크를 등장시키고 어쩌고 하면서 국군의 폼만 잡을 게 아니란 얘기죠. 전쟁물은 병사들이 최고로 가혹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현실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할수록 기억에 많이 남는 법입니다.
100% 완벽한 고증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고 실소할 장면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가서 빨갱이 때려잡자는 의도로 만든 작품이 아니고 전쟁의 참상을 보여 주기 위한 작품이라고 얘기한 만큼 진지한 장면에서 헛웃음이 나오게 만들면 안 됩니다.
1편을 보고 좋았던 점도 꽤 있지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더욱 분발해서 기억에 남는 걸작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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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O 2010/07/07 12:43
BOB와 전우는 비교한다면 너무나 아쉬운 점이 많죠. 저도 첫회는 관심있게 봤지만 점점 회가 거듭될 수록 재미와 감동보다는 진부함만 느껴지더군요. 아무리 6.25 기념으로 제작했다지만 가슴 한구석에 짠한 마음이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관련된 전쟁 드라마는 볼 수록 좀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