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라이프 인터넷 자막 고수 선발 대회?

View Comments



폭스라이프 채널에서 인터넷 자막고수를 뽑고 있습니다. 현재 20명이 예선 심사로 올라왔고 여기서 투표와 내부평가로 뽑힌 7명이 '커플 수칙'이란 시트콤을 1편부터 7편까지 한 편씩 번역하면 이 작품이 방송됩니다. 방송 후 투표와 내부 평가로 뽑힌 최후의 한 명이 'til Death'라는 시트콤 한 시즌의 번역 기회를 갖게 됩니다.

영상 번역 작가에 뜻이 있는 재야의 실력자들에겐 참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봅니다. 저도 어떤 분이 뽑힐지 굉장히 궁금하고 '커플 수칙' 방송도 지켜 볼 생각입니다. 재야의 고수들 실력도 궁금하고 말이죠. ㅎㅎ 폭스라이프에서 이 이벤트를 기획한 분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주 노련하신 거 같습니다. '시청률+게시판 활성화+잠재력 있는 작가 발굴+채널에 대한 관심' 을 한 큐에 뽑을 수 있는 작전이거든요. 단순히 지원-검토-발표가 아니라 방송을 통한 네티즌 투표라니... ㅎㅎㅎ 진짜 참신하고 대단한 기획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네요.

BUT, 사실 이게 현직 작가들의 시선으론 그리 곱게 보기가 힘듭니다.

하나, 실제로 번역을 업으로 하고 있는 작가들도 이런 기회는 쉽게 갖지 못하거든요. 그렇다고 인터넷 자막고수를 뽑는데 나가 봐야 어느 커뮤니티에서 밀어 줄 것도 아니고 말이죠. 저는 드라마 한 시즌 해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1년 반이 넘도록 드라마는 구경도 못 했었답니다.

둘, '현재 작업 중인 번역 작가들은 모두 참신함이 떨어져서 새로운 감각을 가진 재야고수를 뽑는다.' 이런 인상을 은연중에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셋, 솔직히 대부분의 프로 작가들은 인터넷 자막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7명이 뽑혀서 각각 한 편씩 작업을 한다고 해도 정식 감수를 거쳐 나가는 자막은 현재 작업 중인 작가들과 다를 게 없을 겁니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실력이 떨어지면 떨어졌지 더 나은 자막이 나오긴 쉽지 않을 겁니다. 처음 프로 작업을 하면서 인터넷에서 허용되던 자유가 구속된 상태에서도 현직 작가보다 좋은 실력을 보인다면 정말로 감이 훌륭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쪽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도 되겠죠.

그런데 여기서 의문 하나.
 - 왜 인터넷 자막은 더 참신하다고 느껴지는 걸까?

실제 방송 자막보다 표현의 자유가 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은어, 속어, 비어도 마음껏 쓰고 유행어도 마음대로 쓰고 자막 길이도 꽤 긴 편입니다. 가끔 주석을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약이 없는 환경에서는 참신한 자막이 나올 확률도 커진다고 봅니다. 그럼 현직 작가들에게 저런 자유를 주면 전부 참신한 자막이 나올까요? 솔직히 그렇진 않습니다. 여기서도 쓸 수 있는 사람은 쓰고 못 쓸 사람은 못 쓰겠죠.

의문 둘.
- 왜 사람들은 케이블, 극장 자막을 욕하고 인터넷 자막에겐 엄지를 치켜드는가?

이 부분은 다음 의문과도 관련이 있는데 제가 지금도 굉장히 깊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인터넷 자막 제작자와 케이블 번역 작가가 똑같은 작품을 번역했다고 했을 때 케이블 작가가 욕을 더 많이 먹습니다. ㅎㅎㅎ 왜 그럴까요? 여긴 여러 상황이 있습니다. 대개 케이블에선 인터넷보다 늦게 방송되기 때문에 케이블 방송이 처음에 본 인터넷 자막 제작자의 인물 설정(존대나 어투, 호칭 문제)과 달라서 갑자기 보기에 어색한 경우도 있고 팍팍 치고 나가야 하는 부분에서 방송의 한계 때문에 인터넷 자막보다 자극적인 자막을 쓸 수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합니다.

의문 셋.
- 시청자들은 인터넷 자막이 더 좋다고 하는데 그럼 '좋은 자막'이란 무엇일까?

이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 옵니다. 저도 생각할 때마다 정리가 되지 않는 문제거든요.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현직 번역 작가 A의 번역이 있다고 해 보죠. 주위 번역가들이나 관계자들은 그 번역을 굉장히 잘한 번역이라고 아주 마음에 들어 합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엔 정말 마음에 안 들고 인터넷 자막이 더 낫다고 합니다. 분명히 방송 현실이 허락하는 선에서 봤을 땐 자막의 포맷이나 표현 등 깔끔하고 훌륭한 자막입니다. 전문가들이 봤을 때 누구나 인정할 좋은 자막이라는 얘기죠.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맘에 들어하지 않습니다.

주위에서 이런 상황을 꽤 많이 봅니다. 분명히 이쪽 분야에서 일하는 시각에서 봤을 땐 흠잡을 것 없이 훌륭한 자막인데도 욕을 엄청나게 먹는 상황.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현직 번역 작가들과 채널 혹은 배급사 관계자들이 좋은 자막이라고 인정하면 좋은 자막일까?
아니면 시청자들이 좋은 자막이라고 인정해야 좋은 자막일까?

저도 현직 번역 작가지만 솔직히 시청자들의 손을 들고 싶은 생각입니다. 정말 진정한 '좋은 자막'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자막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마냥 '시청자들은 몰라서 하는 소리다', '전문가가 보기엔 훌륭한 자막이다'라고 말하기엔 저도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결국 그 작품을 보는 건 시청자들이거든요.

그래서 폭스라이프의 이번 이벤트를 긍정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케이블 자막의 '참신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현재 방송 자막의 한계에 저들을 가두면 인터넷 자막에서와 같은 참신함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럭저럭 케이블 자막 포맷을 알게 된 번역 작가 1인의 탄생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얘기죠. 물론 현재 방송에서 규정처럼 정해 둔 포맷도 그 나름의 일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방송에서 허용하는 자막 글자 수나 Duration은 방송계에서 긴 경험을 통해 최적화된 포맷입니다. 그 긴 실험의 결과를 뒤엎는 건 멍청한 시도죠. 

참신한 자막을 보고 싶다면

케이블에서도 참신한 자막을 보고 싶다면 작가들에게 더 많은 표현의 여지를 줘야 합니다. 인증된 하드웨어(자막 포맷)는 그대로 두되 소프트웨어(표현 - 은어, 비어, 속어)의 응용 한계를 넓히는 게 훨씬 좋은 방식이라고 봅니다. 복서의 한 쪽 팔을 묶어 두면 시합이 끝날 때까지 원투는 못 날립니다. 공격 루트도 방식도 단조로워지겠죠. 표현 한계를 그대로 두고 인터넷 자막 고수를 뽑아 번역 작업을 시킨다는 건 양팔이 자유로운 복서를 데려다 또 한쪽 팔을 묶는 것밖에 안 됩니다. 레프트 스트레이트가 주특기였던 복서의 왼쪽팔을 묶어 버리면 진짜 평범하디 평범한 복서가 되겠죠? 원원원원이 아니라 원투쓰리포 등등등 다양한 컴비네이션을 던질 수 있게 양팔을 자유롭게 풀어 줘야 합니다.

번역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자부심을 느끼고 더 노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지금 케이블에서는 번역 작가들의 이름을 크레딧에 띄워 주지 않습니다. 몇몇 채널은 그렇게 해 주는 채널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습니다. 위 이벤트에서도 보이지만 무슨 작품을 누가 번역했는지 네티즌들이 다 압니다. 허나 케이블은 아무도 모르죠. 저 백수인지 아는 친척 분들도 계십니다 -_-;; 최소한 자기 작품에 자부심 가지고 더 애정을 쏟을 수 있게 크레딧에 이름은 넣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아마추어 번역가들도 프로 번역 작가와 같은 제약을 가진 아레나에 들어왔습니다. 마냥 주먹을 맞대기도 불쾌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실력으로 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는 게 중요합니다. 아마추어의 링과 프로의 링은 분명히 다릅니다. 재능만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죠. 허나 당장은 관록으로 누를 수 있을지 몰라도 재능이 있는 아마추어라면 조만간 프로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게 될 겁니다. 프로들도 방심하고 있으면 안 되겠죠. 아무튼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진 건 분명합니다. 우승자가 누가 될지 정말 궁금하네요. 우승하고도 계속 이쪽 길을 걷게 될지 만만치 않다고 느끼고 그만둘지는 모르겠습니다. 계속 걷게 된다면 어떤 루트로든 제 얼굴을 보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ㅎㅎ

우승자는 'til Death 한 시즌을 번역하게 된다니까 대한민국 유일의 현직 영상 번역 작가 모임 '두줄의 승부사'의 가입 조건을 충족합니다. 누가 되든 제가 접촉해 볼 생각입니다. 술 한잔 해 보고 싶잖아요 ㅎㅎ 기미갤과 네이트 숫자동 두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인 분들이니 접촉은 쉬울 겁니다. 그 길을 업으로 삼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동료가 될지도 모를 우승자 분의 건투를 빕니다. 모두 화이팅!


10 Comments (+add yours?)

  1. 히로 2010/07/21 23:04

    우왕!
    방금 가서 뽑힌 사람들 자막 몇 개 읽어봤는데...
    감수하라고 나 주면 바로 빠꾸시켜서 재번역 시킬 번역도 꽤 있는걸 ㅡ,-;;

    아놔, 우리한테도 그냥 저렇게 번역해도 된다고 해주덩가 ㅎㅎ

    암튼, 이거 누구 하나 뽑혀서 정식 방송되면 감수는 X빌에서 할라나...
    그럼 여기 1등 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을 느끼다가
    첫 편 감수받고 피디들한테 폭풍까임 좀 당해봐야
    "아~ 그냥 인터넷에서 놀아야겠다~" 할끼야 ㅡ,-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10/07/21 23:49

      그게 문제지 ㅎㅎ

      아마 감수하는 과정에서 다 뜯어 고치게 될 텐데.

      근데 몇 명 보니까 조금만 교육해도

      적응할 거 같은 사람들도 있더라고.

      암튼 아마 X빌에서 하긴 할 거 같은데

      그쪽도 진짜 개고생이다.

       Address

  2. 프리윌리 2010/07/22 10:36

    20명들 자막을 대충 봤는데... 쫑.나.겠.다.. 느낌표 세 개 이상 !!!! 물결 표시~~~~~~~~~ 요런 표현도 자유롭게 쓰는 인터넷 자막.. 우리도 그렇게 해 달라구. 그럼 참신하게 번역해 줄 테니. ㅎㅎ
    이게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번역가들한테는 좀 더 참신한 표현을 쓸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인터넷 자막 만드는 아마추어들한테는 케이블 자막의 특성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면 좋겠지만... 글쎄. 암튼 나도 과정을 다 지켜볼 생각. 최후의 1인이 누가 될지 너무 궁금함.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10/07/22 12:59

      암튼 어떤 전개가 될지 참 궁금하긴 해요 ㅎㅎㅎ

       Address

  3. 동가리 2010/07/22 19:00

    저 얘기는 '두줄'에서 봤는데 대충 예상대로인 듯 하네요.
    근데, 저는 다큐번역을 해서 그런지 PD를 본 적도 없고..(방송사가 아니니까)
    까주지도 않더군요. 그리 잘 된 번역은 아닌 듯 한디.. ^^;;

    작평님은 아마 내일 뵙게 될 텐데, 솔직히 '두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뵐 기회가
    없었을 것 같아서 제가 진짜 영상번역을 하는 건지 좀 헷갈리기도(?) 합니다. ^^;;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10/07/27 00:53

      저는 초반에 다큐 작업할 때도 태클 엄청 받았는데요 ㅎㅎ

       Address

  4. BlogIcon 트리비아니 2010/07/23 06:03

    뭐 폭스라이프 측에서도 진짜 인터넷자막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이런 이벤트를 시작했겠습니까?
    딱 한명, 그것도 퀄리티를 위주로 한 심사가 아닌 투표, 댓글, 시청률인데
    방송사 홍보 목적이 90%이상이라고 봐야죠.

    저도 제출용 자막에는 글자수도 나름 신경쓴다고 썼는데
    아직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누가 되더라도, 기존 영상번역 하시는 분들께서
    삐딱한 시선으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슴다!^^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10/07/27 00:54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신 분이군요. ㅎㅎ

      이제 슬슬 투표도 끝나가는데

      꼭 7인 안에 붙어서 좋은 경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Address

  5. BlogIcon Yagamikun 2010/07/25 15:37

    이런 이벤트가 있었군요

    번역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자막 몇개 만들다 보니 제 자막이 과연 남들이 보기엔 어떤 수준일지
    궁금했고 그걸 검증해 볼 좋은 기회였던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라고는 해도 제가 제작했던건 원체
    마이너 드라마라 폭풍 탈락 했을 듯 싶긴 합니다 ( '-'

    인터넷 번역 작가를 너무 미워하진 마세요
    그래도 프로 작가들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보기만 하는 시청자들보단 한번이라도 글자수와 국어 표현에 관해 고민해 본
    인터넷 자막 제작자들일테니까요 =)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10/07/27 00:55

      SVU 시리즈면 마이너 드라마는 아니죠 ㅎㅎㅎ

      저도 시즌8 했었는데 말 오지게 많죠? -_-;;

      자주 놀러 오세요~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117 관련글 쓰기

"자막 중앙 정렬 VS 좌측 정렬" 승자는?

View Comments




 지금까지 총 124분 중에 89분(72%)가 중앙 정렬을 선호한다고 투표해 주셨습니다.(IP로 중복 투표를 막기 때문에 중복 투표는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개인적으로 중앙 정렬을 선호합니다. 번역 작가의 입장에서 봤을 땐 중앙 정렬이 더 작업하기도 좋고 모양도 예쁘거든요. 그냥 무시하고 작업해도 되지만 윗줄과 아랫줄의 길이 차이가 두 단어 정도 나면 신경이 너무 쓰여서 작업이 조금씩 지체됩니다. 저는 위아래 차이가 길어지면 어떻게든 형용사나 부사를 더 넣어서 자막을 늘리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면 또 쓸데없는 말이 들어가게 됩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스로 깁스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스로 깁스라고 합니다.

(현재 채널CGV, XTM, TVN 등이 중앙 정렬을 사용하고 있고 폭스 채널(라이프, FX), 스크린채널, 뷰TV, OCN등이 좌측 정렬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렬에 따라 위와 같이 나오는데 일단 가장 좋은 자막 모양은 윗줄과 아랫줄의 길이가 동일한 자막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한눈에 잘 들어오거든요. 시청자들이 자막을 읽을 땐 말 그대로 읽는 게 아니라 자막이라는 두 줄 짜리 "형태"를 한번에 인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과를 봤을 땐 천천히 위아래 훑어 보고 사과라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한눈에 보자마자 사과라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죠. 자막 내용을 짧은 시간 안에 인지할 수록 화면을 볼 여지가 많아집니다. 로스트나 기타 조용한 드라마들처럼 자막 수가 많지 않고 대사의 텀도 길다면 화면을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만 수사물이나 코믹물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막이 쉬질 않습니다. 그럼 자막만 보다가 캐릭터의 표정이나 다른 중요한 장면들을 놓치기 쉽죠. 자막 인지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고 해 봐야 0.0X초에 불과할 겁니다. 하지만 이 시간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위에 예로 든 자막은 굉장히 짧은 자막입니다. 해서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막이 저것보다 길어지면 중앙 정렬과 좌측 정렬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안구가 좌에서 우로 이동한다는 말이죠. 윗 단락에도 말했지만 자막을 인지할 땐 공장에서 프레스로 찍어내듯 한 번에 '팍!'하고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쨌거나 시청자의 자막 인지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는 사실은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극장의 경우는 자막의 위치가 우측 세로 자막에서 중앙 하단 자막으로 내려왔습니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막과 화면과의 인지 거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화면 한가운데 가면 인지 시간이 가장 짧겠지만 화면까지 가릴 순 없는 거니까요;;

 위 설문 조사를 진행하면서 조금 놀라웠던 점은 좌측 정렬을 선호하시는 분도 28%나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중앙 정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지만 좌측 정렬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계셨습니다. 90% 이상은 중앙 정렬을 선호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의 결과군요.

 아무튼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채널들이 중앙 정렬로 통일했으면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자막 모양을 생각하지 않고 작업한다면 같은 작품을 작업했을 때 중앙 정렬과 좌측 정렬의 자막이 동일하겠지만 자막 모양을 고려했을 땐 두 작업의 자막이 달라집니다. 중앙 정렬에선 예뻤던 자막도 좌측 정렬에선 흉하게 변하는 경우가 다반사거든요.

 영상 번역 관련 설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나름 재미있는 결과가 나와서 좋습니다. 협조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넷 설문에서 120명 모은다는 게 장난이 아니거든요;;

 * 설문에 도움을 주신 분들:
트위터, 디비디프라임, 뽐뿌, 클리앙, 번밥사, 두줄의 승부사, 디씨인사이드 미드갤




2 Comments (+add yours?)

  1. 2010/06/11 13:00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2. 잘보고있어요^^ 2010/06/12 15:13

    전 좌측 정렬에 한표 던졌습니다. 글을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이 되니까 그게 더 읽기가 편리하다고나 할까 눈에 잘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작은평화님 글을 읽어보니...제 생각으론 짧은 문장의 경우는 중앙 정렬로, 읽는 것이 아닌 눈에 인식되는 수준으로도 가능할 것 같지만, 문장이 좀 길어진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좌측 정렬이 좀 더 안정감이 드는 것 같아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다보니 그렇게 느끼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흥미롭네요 ^^
    참 전 중앙 정렬 자막에선 머리가 큰 놈은(...윗줄이 아랫줄보다 글자 수가 많은) 영 눈에 확 들어오지 않더라구요~ 예시 짤(!)을 보고 생각했는데 좌측 정렬의 경우에는 머리가 커도 어느정도 크게 거슬리는 느낌은 적은 것 같네요. (개인적인 느낌으로 ^^;)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110 관련글 쓰기

미드 자막 "중앙 배열" VS "좌측 배열" 설문

View Comments


아래 그림을 보시고 중앙 배열, 좌측 배열 중 선호하시는 배열을 골라 주세요!



5 Comments (+add yours?)

  1. BlogIcon 돛새치는 명마 2010/06/09 18:08

    엥...뭐가 다른거죠?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10/06/09 18:12

      중앙 배열은 두줄이 중앙에 몰려 있고
      좌측 배열은 좌측부터 자막이 시작해요 ^^

       Address

  2. Libby 2010/06/10 10:05

    저는 중앙 배열에 한 표요~

     Reply  Address

  3. 쎌레스트 2010/06/10 12:47

    나도 중앙배열~

     Reply  Address

  4. 별파란 2010/06/15 02:12

    저도 중앙 "_"/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109 관련글 쓰기

NCIS시즌6 오역 신고

View Comments

전에 작업한 NCIS 시즌6에서 오역이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XTM 게시판에 들어가 봤더니 시청자 분께서 오역 신고글을 올려 주셨더군요. 놀란 가심을 부여잡고 글을 봤습니다.


요즘 6시즌 best 하잖아요~
지난번에도 보고 웃었었는데... 이번에 best로 다시보니 또 웃기네요...

14화 반지가 알려준 진실 편에서...
토니와 맥기가 사익스 집 문앞에서 대화를 나눌 때인데요...
맥기 왈, `Tony, I`m not like you`
그런데... 우리나라 자막 왈, `저는 선배가 싫어요`
I don`t like you.
I`m not like you...
ㅋㅋㅋ

이 엄청난 대 시리즈물의 번역가분께서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아마도 토니가 맥기를 하도 많이 괴롭히니까, 또 아마도 번역하시는 분이 저처럼 맥기의 팬이라서, 순간 감정이입이 되어서 싫어하는 걸로 들렸나봐용~

어쨋든, NCIS 너무 재밌지 않나요?
CSI는 과학적이고 딱딱한 반면, NCIS는 과학적이면서도 재밌고, 그 상황상황 대사도 재밌고... 여하든, NCIS forever 입니다.


시청자 분의 지적이 정확히 맞습니다. 토니가 맥기를 갈구는 장면이라 순식간에 그리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해 놓고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네요 -_-;; 요새는 초딩도 아는 문장인데 저걸 몰라서 틀렸을 리는 없다...고 애써 자위해 봅니다. ㅠㅠ

아무튼 이런 실수까지 찾아 주시고 정말 팬이신가 봅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_~

댓글0 Comments (+add your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89 관련글 쓰기

시청자는 무섭다 - 영상 번역가의 변

View Comments

폭스 채널 미드를 즐겨 보는 애청자입니다.
좋아라하는 넘버스 시즌2 10월 8일자 10시 방송 '집앞에서 당한 여자' 에피소드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번역을 어디다 맡기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완전 아마추어인가요?
통,번역가들은 다양한 분야에 대해 기본적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함이 당연한데...
솔직히 폭스채널 다양한 미드 보면서 자잘한 번역 오류가 보통 거슬렸던 것이 아닌데 이번엔 한마디 하고 싶었습니다.

energy futures를 미래 에너지라고 번역하셨더군요
futures는 미래라는 뜻이 아니라 여기서는 선물을 뜻합니다.
선물 아시죠? 先物, 사전에도 찾아보면 나옵니다.
네이버 사전에는 '장래의 일정한 시기에 현품을 넘겨준다는 조건으로 매매 계약을 하는 거래 종목'
이라고 나와 있지요.
금융 시장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거래 형태입니다.
그리고 trade를 무역이라고 번역하다니
뒤 화면에 주식 차트 화면이 나오는데도 그걸 무역이라고 번역하는 정도면
번역하신분이 도대체 에피소드를 보시긴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사건의 가장 핵심인 선물 거래 내역 조작을 미래 에너지 무역이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에피소드 전체의 흐름을 망친 걸 안다면,
제가 번역가라면 얼굴을 못들고 다닐 겁니다.
'제게 무역 잡무를 시키셨잖아요'라는 아들의 멘트는 어이가 없더군요...

미드 전문 채널이라면서 번역을 저렇게 하면 안되죠.

앞으로는 능력이 검증된 번역가를 고용하도록 하세요.

폭스 채널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 왔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작업하는 채널 중에 하나라서 가끔 게시판도 모니터링하는데 이런 글이 올라오면 제 얘기가 아니라도 정말 ㅎㄷㄷ합니다;;; 게다가 원래 넘버스가 제가 작업하던 작품이라 더 무섭네요. 넘버스 시즌1, 2는 다른 작가님이 하셨고 저는 시즌4와 시즌5를 작업했습니다.

이런 글을 보면 '난 번역을 잘했어'라기보다 '난 요행으로 안 걸린 거 같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넘버스는 전문 지식이 많이 나오는 드라마라 용어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저도 언젠가 시청자 분에게 지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진짜 귀신 같죠 -_-;; 그걸 어떻게 찾으셨는지. 윗글에서도 보이시겠지만 작가들도 다 까먹는 인물들의 대사를 기억하고 계십니다;;

광대역 믹서 서큘레이터
역반사기를 써 볼까요?

- 그건 아니야
- 좀 그렇죠?

 3진 연산 컴퓨팅은요?
 
희생 스페이서 층을
이용한 나노섬유는요?

나노섬유까지 나왔는데
장난하시는 거죠?

- 넘버스 시즌5 에피소드2 중에서 -

캐릭터들의 잡담인데 드라마 내용과 아무 연관도 없는 대화입니다. 번역 작가 입장에서는 죽고 싶겠죠? -_-;;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이 용어와 내용이 완벽히 맞는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1:1 매칭이 되지 않는 용어도 많고 제가 전문가도 아니니까요.

워낙 번역 작업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정확한 용어를 찾는 것도 한계가 있긴 합니다. 전에 피디님이 수학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는 게 낫겠느냐는 말씀도 있었는데 괜찮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제 일정만 더 빡빡해질 테고 넘버스엔 수학, 물리학, 컴퓨터 공학 관련 얘기가 굉장히 많아서 특정 분야 감수자 한 명으론 어차피 의미가 없거든요. 작업 시간도 충분히 여유롭고 감수도 마음껏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작가의 실수를 무조건 두둔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주어진 상황이 그렇다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겠죠. 다만 작가들도 제작하는 분들도 정말 꼼꼼히 작업하고 감수에 감수를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시청자 분들이 모르실 것 같아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드라마 한 편을 하루에 작업합니다. `완벽한' 작업을 만들기엔 정말 짧은 시간이죠.

이렇게 게시판에 오역 관련 글이 뜨면 해당 작가에게 타격이 엄청나게 큽니다. 업체나 채널에서 그 작가를 못 믿게 되거든요. 그래서 심하면 일이 끊기는 경우까지 갑니다 -_-;; 순식간에 손가락 빠는 상황이 오는 거죠. 저도 비슷한 경우를 겪은 적이 있는데 프리랜서가 저런 경우를 당하면 정말 패닉입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됩니다.

전에 모 커뮤니티 게시판 댓글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마음에 드는 번역이나 칭찬할 번역 기억나는 게 있으면 영화 제목을 써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그러시더군요.

영화 보고 자막에 대해서 별다른 코멘트가 안생기는 영화가 자막이 잘된 영화라고 봅니다.
(꼭 자막 잘만들어졌다고 감탄할 필요는 없죠. 영화 감상하러 간거지 자막 잘만들어졌나 감상하러 간게 아니니까요.)
반면 '아쒸 이거 누가 번역한거야!! 번역자 이름이나 좀 보자' 라고 생각을 하면 꼭 xx씨가 이름이 걸려서 안타까울뿐이죠..

자막 잘 만들어졌나 감상하러 간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자막에 신경을 쓰시는지 참 이해가 안 되는 분입니다. 자막 잘 만들었다고 감탄해 달라는 게 아니라 그렇게 끔찍히 싫어하는 번역 작가가 있고 자막이 있으면 당연히 마음에 드는 번역도 있는 게 정상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자막에 별 신경 안 쓰시는 분이 누가 작업한 자막인지 이름은 뭐 하러 보시는지 ㅡㅡ;; 잘하면 본전이고 실수하면 역적? 잘했을 땐 칭찬도 해 줘야 하는 겁니다. 아무튼 번역 작가들을 혼내는 것도 시청자 분들이고 자극해 주는 존재도 시청자 분들입니다. 그러니 너무 혼만 내시지 말고 잘한 게 있으면 칭찬도 해 주시고 위로도 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ps 제 작품에서 오역 보신 분들은 조용히 제 방명록에 써 주시면 나중에 술이라도 한 잔... -_-;; deal?


6 Comments (+add yours?)

  1. 잎새 2009/10/23 04:59

    왜 이제야 발견한 걸까요...^^?
    애초에 어떻게 찾아 들어왔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홀딱 빠져들어 작은평화 님의 글들을 읽었습니다. 이 바닥에 발 들인지 몇 년이 흘렀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불안한 날들이 꼭 찾아오곤 하네요. 구절 하나하나 얼마나 공감을 했는지 모르실 겁니다. ( ..) 번역을 하다 보면, 그 자리에 꼭 들어맞는 한 마디가 생각날 듯~ 말 듯~ 해 약이 오를 때가 있는데요. 가끔은 작품의 대사가 아니라 제 마음을 그렇게 딱 맞게 표현할 길이 없어 답답할 때도 있어요. 번역에 대한 그런 마음을, 좋은 선배님께서 속 시원히 대신 말씀해 주신 것만 같아 작은 평화가 아니라 큰 평화 얻고 갑니다.^^ 심각한 슬럼프였는데... 기운이 많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자주 놀러오게 될 듯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죠..^^?
    초면부터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T^T 진짜 기뻐서...^^;
    다음엔 조금 덜 푼수같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감사해요, 작은평화님^^!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9/10/23 13:14

      영상 번역 작가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ㅎㅎ
      아 그리고 두줄의승부사 가입하시죠?
      그럼 언젠가 얼굴도 볼 수 있을 텐데요.

       Address

  2. BlogIcon 아이헌터 2009/12/03 21:58

    저랑은 전혀 관계없는 업종이긴 하지만, 왠지 너무 공감이 가는군요.^^
    잘된 것은 티가 안나지만, 못한 것은 확 티가 나는.. 일하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많이 억울하죠.
    넘버스 저도 종종 봤던 작품인데, 이런 고충을 겪으면서 일하시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하긴 워낙 수학, 물리학, IT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오니까 번역하시는 분들은 정말 고생이시긴 하겠어요.^^
    앞으로 외화나 번역된 자막 볼 때는 뒤에서 작업하신 분들의 수고 다시한번 생각하겠습니다~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9/12/14 18:09

      시청자들이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야
      번역 작가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고 좋죠 ^^

       Address

  3. maroonhs 2010/03/25 20:16

    아... 정말 어떤 심정이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narcell, conduit, EPS grid, polarized hull plating, warp core, warp coils... 이건 아직도 안 까먹네요. 벌써 2년이나 된 건데. 이런 단어들이 나올때마다 가슴이 쿵쾅쿵쾅. 전 아직도 이 단어들을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히네요.

     Reply  Address

  4. BlogIcon 잔인한시 2010/06/30 22:45

    흠..시간이 없다라...참 좋은 변명거리를 앉겨다주는 실태네요.
    분명히 어떤 분야든 문외한이든 파고 또 파면 못얻을리 없건마는...
    그 정도의 시간적 여유도 않주고 마치 당연한 것인 마냥 번역작가한테 일주고
    기한내 해오라!!! 역시 방송계통의 후진성은 번역계통에도 여전히 작용하는군요.
    그럼 돈을 더 주시든지...아니면 기간을 더 주시든지...
    나쁜 놈의 새 끼 들!!! 작가분들의 그런 한계가 있었음을 알게 되어..안타까워 열분토했습니다.
    그래두 이런 일 하시는 분들이 부러운 것은? 갖지 못한 자의 오해일까요? ^^;;;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75 관련글 쓰기

영상번역 속 은어, 속어, 비어의 사용 한계

View Comments


번역 작업을 하다 보면 fuck, shit, damn 같은 비속어가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사실 저 세 단어는 욕이라고 부를 수준도 안 됩니다. 우리 말 정도로 욕이 무궁무진 다양하진 않지만 영어에도 온갖 욕에서 요즘 유행하는 비속어까지 굉장히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번역할 땐 어떻게 작업하느냐? 아주 간단합니다. 그냥 전부 허용 가능한 말로 고쳐 버립니다. 케이블이나 공중파 번역 작업에서는 욕설이나 비속어를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케이블 영화나 미드에서 보는 욕이라고 해 봐야 '제길' '망할' '젠장' 밖에 없는 겁니다.

극장에서는 그나마 사용하긴 합니다. 과하지 않은 한도에서 사용하긴 합니다만 아무리 심한 욕이 나와도 막말로 '씨팔'을 사용하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써 보고 싶긴 합니다. 최근에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비속어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지적입니다. 저도 이 기사에서 지적하는 '어글리 트루스'를 봤습니다. 영화 번역에서는 아주 드문 표현인 '따먹다'라는 말도 나옵니다. 다소 충격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캐릭터가 그런 뉘앙스로 말하는 걸 어쩌겠습니까. 주인공의 말투가 굉장히 거칠고 원색적입니다. 그러니 번역 작가도 원색적으로 자막을 쓰는 게 옳은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 속에서 양아치 갱 한 명이 후려치는 뉘앙스로 '씨팔 졸라 좋아'라고 하는 대사를 했다고 해 보죠.(아 어글리 트루스에 '졸라'라는 표현도 나왔습니다. 극장에서 처음 본 표현인데 여기서 관객들 다 웃었답니다) 이걸 번역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좋아 죽겠어'로 하면 될까요? 저렇게 이쁘게 말하는 갱 못 보셨을 겁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영화 속 인물이 비속어로 떠드는데 그걸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비속어를 쓰면 안 된다는 논리가 말이 되느냐는 겁니다. 영화 속 인물은 요즘 유행하는 비속어를 날리면서 아주 유창한 욕설 콤보를 사용하는데 욕설이고 비속어고 유행어고 하나 쓰지 말고 그 대사를 처리하라는 건 좀 우습죠.

요즘 한국 영화에 욕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아실 겁니다. '씨팔' '개새끼' '졸라' 등등 아주 흔한 욕은 다반사입니다. 영화 '친구'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호성 씨가 마약에 쩔어 있는 장면에서 아내에게 이런 욕을 하죠. '남자들 보니까 보X가 벌렁벌렁 하나?' 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랐던 부분이기도 합니다만 요즘 한국 영화에서는 언어 표현의 한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왜 유독 자막에만 이렇게 도끼눈을 하고 보는 걸까요? 시각적으로 인지되는 부분이라 자극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걸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막의 표현 한계도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번역 작가들도 특이한 상황을 제외하면 평범한 인물이 평범한 대사를 하는데 유행어와 비속어를 남발하는 자막으로 작업하지 않습니다.

유행어, 비속어, 욕설을 못 써서 근질근질 거리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미친 년'도 쓰지 못하는 현실에 정말 숨이 턱턱 막힙니다.

================================================================
이 부분은 혹시나 밑 기사를 읽고 오해하는 분이 있을까 봐 적습니다.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대학원을 다니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고(아주 극히 드뭅니다)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인맥을 쌓기 위해서? 이 부분도 회의적입니다. 대학원에 간다고 번역 비지니스 인맥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저 학생 분이 오해를 하는 부분이 상당 부분 있습니다. 고시와 개봉관 번역을 동일시 하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_-;; 인터뷰를 해서 기사를 쓰려면 실제 번역 작가를 만나서 해야지 지망생의 감상을;;;

영어가 아닌 제 2외국어의 경우는 이런 '독식' 현상이 더 심하다. 중국어 영상번역가를 준비중인 김하은씨(26)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대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 역시 실력을 배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맥을 쌓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영화 번역은 문이 워낙 좁아서 발을 집어넣기가 힘들다"며 "그래도 한번만 제대로 하면 그냥 계속 쓰는 경우가 많아서 다들 미련을 못 버린다"고 덧붙였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2 Comments (+add yours?)

  1. BlogIcon Laputian 2009/10/04 12:30

    유행어나 인터넷 용어들이 자막에 등장하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자막의 질이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 이후 영화관에 갈 때 박지훈씨가 번역했는지 어땠는지 확인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렀으니까요.

    다만 비속어와 욕설에 대해서는 작은평화님과 의견을 같이 하고 싶군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외국의 수많은 욕들에 대한 번역에 전부 이의제기를 하고자 한다면 일단 욕설이 넘쳐나는 한국 조폭영화부터 뜯어고치고 볼 일이죠.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9/10/06 12:50

      뭐든 정도가 중요한 거겠죠 ㅎㅎ
      저는 외계어가 아닌 유행어 수준이라면
      잘 들어맞는 정황에서 사용하는 게 좋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 no makeup 같은 표현이 나오면
      `쌩얼' 같은 표현으로 받을 수도 있고요.
      재미있는 장면이라면 자막 수도 효율적으로 줄이고
      뜻도 쉽게 통하고 젊은 층 관객에게
      어필까지 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라고 봐요.
      물론 라푸티안님 말처럼 무분별한 사용은 문제가 있습니다 ^^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73 관련글 쓰기

오역? 영상 번역가의 입장에서 떠들어 보기

View Comments

거참... 오늘 친구가 링크해 준 글이 있어서 봤습니다. 번역가들을 심하게 씹는 글인데 그 글만 그런 게 아니라 '번역' '자막'으로 검색해 보라해서 봤더니 이건 뭐 -_-;;; 평소에 알고는 있던 사이트입니다. 회원들의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가장 뜨거운 사이트죠. 자주 가지 않아서 몰랐는데 이런 글도 굉장히 많네요. 몰랐습니다;;; 일단 링크합니다. 진짜 술을 부르는 글들입니다.

'번역' 검색 링크

'자막' 검색 링크

위에 번역가 까지 말자는 글도 번역가 까는 글입니다 -_-;;


댓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내용은 '내가 발로 해도 저것보다 낫다'입니다. 진짜 그렇습니까? ㅎㅎㅎㅎ 한두 문장이나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지 제 앞에 앉혀 놓고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군요. 이런 글도 꽤 많습니다. 'ㅇㅇ동호회 자막이 정확하고 내용도 체계적이다' 그렇습니다. 동호회 자막은 해당 작품의 골수팬들이 만드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어쩌면 프로 번역가보다 작품에 대한 이해 수준이 뛰어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번역을 해서 자막에 올리면 시청자들은 한 자막을 다 읽지도 못합니다. 전문 용어를 풀어 썼다고 뭐라 하는 글도 꽤 많은데 그 팬들만 이해하는 전문 용어를 쓰면 나머지 시청자들은 어떻게 이해하라는 걸까요?

번역가에게 한 작품 작업할 때까지 허락되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진짜 급한 경우에는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한편이 나오기도 합니다. 더 웃긴 얘기를 해 볼까요? 케이블의 경우엔 드라마 한 편에 하루, 다큐 한 편에 이틀, 영화 한 편에 이틀 정도의 시간밖에 없습니다. 이것도 엄청 촉박한 겁니다. 작업이 진짜 빠르다 하는 작가들도 실제 러닝타임 7~8분을 작업하는데 1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이 분들이 그렇게 자근자근 씹고 계신 극장 번역의 경우엔 작업하면서 영상을 보지도 못합니다. 처음 회사에 가서 영화를 보고 오디오 테입과 대본을 받아서 소리만 들으며 작업합니다. 그리고 작업이 끝나면 다시 회사에 가서 자막을 넣고 시사를 해서 수정을 합니다. 오디오 테입만 듣고 번역하면서 100%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가 있겠습니까? 이것까지 자신 있다 하시는 분들은 번역에 한번 덤벼 보시죠. 평생 직업으로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극장 번역가'가 아닙니다. 그저 주변에 지인으로 몇 분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저런 글을 보면 열이 확 오릅니다. 본인이라면? -_-;;; 얼마 전 극장 영화 한 편을 작업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개봉도 안 했고 시사회만 했을 뿐인데도 번역이 어떻다고 걸고 넘어지는 분들을 몇 분 봤습니다. 저는 꽤 다혈질인 편이라 그런 글 한두 개를 보고도 기분이 상당히 안 좋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대공세가 이어지면 본인들은 어떻겠습니까? 제발 글 하나 쓸 때는 생각 좀 하고 씁시다. 번역 작가들에게는 작업한 작품이 자기 새끼 같은 법입니다. 그 누구보다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죠. 10개월 배 아파 난 자식을 보고 '니 새끼 참 개떡 같이 생겼다'라고 말하면 그 엄마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대개 '번역이 개떡 같다', '내가 해도 저것보단 낫다', '이건 오역이다'라고 떠드는 분들은 참 쓸데 없는 곳에서 우월감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말 떠든다고 해서 외국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남보다 똑똑한 것도 아닙니다. '넌 몰랐지? 난 알았어. 저건 오역이야' 솔직히 이런 마음 아닙니까? 뭐 그 작품에 애정이 너무 많아서 자막이 아쉽게 나온 걸 안타깝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 번역가들도 여유를 가지고 작업하면서 좋은 자막을 만들고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큽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여건도 있고 사정도 있습니다. 물론 관객 입장에서 번역가의 사정이 어떤지 상관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무턱대고 저렇게 까는 일은 없어야죠 -_-;;;

한 편을 작업하고 200만원 가까이 받는 분들도 다 밑에서부터 박박 기고 올라간 분들입니다. 운이 너무 좋아서 하늘에서 기회가 뚝 떨어져서 일을 시작한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누군 한 달 꼬박 일해야 버는 돈인데 한 편 작업하고 그렇게 받는 걸 보니 묘한 열등감이 느껴져서 저렇게 함부로 까는 걸까요? 참... 딱하단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편한 일은 없습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개인적인 얘기로는 요즘 NCIS 번역 때문에 이런 저런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인물 관계 설정이 어떻고 존하대가 어떻고 오역이 어떻고 인터넷 자막이 어떻고... 아주 듣기 싫고 짜증납니다. 애초에 제가 원했던 대로 설정된 인물 관계도 아니었고 작업상 여러 여건 때문에 관계가 그렇게 된 건데 팬들이 하도 불만을 표시해서 다시 작품을 처음부터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존대로 처리한 부분을 전부 하대로 다시 바꾼다거나 하는 내용의 작업입니다. 원래 깁스와 포넬의 존하대 관계만 수정해 달라고 하셨는데 깁스와 벤스의 관계까지 수정하자고 말했습니다. 저도 나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말이 쉽겠지만 엄청난 작업입니다. 이미 다 작업한 내용을 다시 작업하고 채널에서 다시 영상으로 제작하고 편성도 다시 하게 될 거고. 물론 수정 작업에 따른 페이를 받는 일도 아닙니다. 이건 아주 극단적인 경우고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케이블의 경우엔 극단적일지언정 이렇게라도 수정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 번역은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들어가는 예산의 규모부터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번역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실수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실수 때문에 가장 상처받고 아픈 건 번역가 그 자신입니다. '번역해서 내보냈으니 나는 상관할 거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작가들은 없습니다. 작업한 작품을 본인이 봐도 아쉬운 부분이 있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청자나 관객들은 100% 완벽한 번역과 자막을 원하지만 100% 완벽한 자막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아닙니다. 역도 선수한테 매일 라면만 먹이면서 다음 주에 열리는 올림픽에서 죽어도 금메달 따오라고, 당연히 금메달 따야 한다고 강요한다면 납득하겠습니까?

댓글을 보다 보니 '배급사 홈페이지에 가서 저 번역사 쓰지 말자고 항의합시다'라는 글도 있더군요. ㅎㅎㅎㅎ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들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극장 번역가 입장에서도 언찮은 말이겠지만 케이블의 경우엔 채널 홈페이지가 저렇게 도배되면 아예 일을 잃습니다. 졸지에 백수되는 거죠. 그렇게 번역 자막이 싫고 짜증나고 미치겠으면 열심히 외국어 공부해서 그냥 원어로 들으세요.

아무리 전에 잘한 번역이 있어도 하나 마음에 안 내키는 게 보이면 마냥 까고 싶고 마냥 못하는 번역가 같고 그렇게들 보는 거 같네요. 그렇습니다. 월드컵에서 설기현이 혼자 드리블 하다 공 뺏기면 개새끼 됐다가 어떻게든 동점골 넣어서 연장까지 가서 영웅이 됐다가 다음 경기에서 드리블 하다 뺏겨서 또 개새끼 되고. 기억하십니까? 제발 무턱대고 개념없이 함부로 까지 좀 맙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7 Comments (+add yours?)

  1. 슈크림 2009/05/24 00:59

    아, 고충이 많으시군요. 저도 얼마전 DMC 를 보고 와서, 자막에 아쉬움이 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원작을 다 알고 있어서인지, '쟈기'를 '자기'로 썼다거나, '우엉남'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은 점등은 마음에 걸렸지만,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무리없을 정도였으니까...(게다가 그런 과격한 가사와 대사들을 그대로 썼다면^^;;) 재밌는 자막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분 가라앉히시고, 앞으로도 계속 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Reply  Address

  2. 극장자막 2009/07/07 16:32

    정말 제가 하고 싶은말 다 써주셨네요.극장 자막이라는게 제약도 많고 가독성이나 미관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작업인데...적절한 어휘 및 각종 관용 표현 사용이나 외국 농담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알맞은 번역을 하는게 어디 쉬운 일일까요.

     Reply  Address

  3. 해좌 2009/07/08 14:20

    저는 님처럼 직업으로 번역을 한 건 아니지만.
    일본 관련 방송을 번역해서 영상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요.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니었고,
    하루에 20~30분 되는 방송들
    두어편 번역해서 직접 영상에 자막 입혀서
    카페에 올려야하는..식이었지요.


    근데 고생해서 올려놓으면
    일본어 잘하는 사람들은 잘하는 사람대로
    이거 틀리다고 지적하고

    난 나름대로 괜찮게 했다고 자신있었는데
    이게 무슨 뜻이냐면서 이해를 못하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돈 주는 것도 아니면서
    작것들이 더럽게 뭐라고 해싼다고-_-열 받은 적 참 많았었는데.

    그래도 번역이라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만드는 거 아닌가요?

    내가 고생해서 전달하려고 했는데
    그게 불평 불만으로 돌아온다면,
    만든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요.

    외국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외국어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번역이 이러냐고 불평할 정도면.


    화내시는 입장도 이해는 하는데,
    영상 번역이라면 저도 해본 적이 있어서...

    니가 해봐라는 식의 말씀은 좀 듣기 그렇네요.

    특히 님은 번역으로 돈을 버는 프로시잖아요.
    무조건 씹힌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그 사람들이 불평 불만하는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봐요.
    말투가 좀..과격해서 그렇죠-_-;

     Reply  Address

  4. 음... 2009/07/22 16:19

    번역가 비난에 대해서 상당히 감정적이시네요.
    진짜 영상번역을 대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으신지 묻고싶습니다.

    네, 물론 저런식으로 막말하는건 좀 문제가 있겠죠.
    그렇다고 하는 말이 번역가 맘에 안들어서 쓰지 마라고 영화사에 항의하면
    우리 목이 짤리니까 맘에 안들면 영어공부해서 자막 보지 마라구요?

    비난은 비판으로 받아들이셔야지 운영자님 논리대로면 전국민이 영어공부해서
    번역가라는 직업을 없애버리면 번역가에 대한 비난이 없는거죠.

    그리고 그렇게 박박 기고 올라가신 분들이 전문용어 번역에 태클이 걸리는건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하시는 일 힘드시겠죠. 이 글 읽고 다음부터는 그런 상황도 고려해보면서 자막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다고 나오는 반응이 이런식이면 관객들이 번역가 입장을 고려해줄까요?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9/07/23 02:32

      제 개인적인 글을 올리는 곳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너무 읽고 싶으신 내용만 쏙 빼서 읽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는 말이 번역가 맘에 안들어서 쓰지 마라고 영화사에 항의하면 우리 목이 짤리니까 맘에 안들면 영어공부해서 자막 보지 마라구요?'

      제가 쓴 말들을 싹 잘라서 정리해서 붙이셨네요;;;
      이런 글들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되는 점이 있습니다.
      관객들은 그렇게 욕을 하고 비난을 하고
      자막에 불평을 하고 하면서
      왜 작가는 한 마디 말도 못 하게 하는 걸까?
      댓글에 적으신 대로
      '내 모가지 잘리니까 영화사에 항의하지 말고
      니들이 영어 공부해서 봐라'
      제 글을 이렇게 보셨다면 크게 오해하신 거라고 봅니다.
      전에 노 대통령님이 살아 계실 때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정말 못 해먹겠다'
      제가 하는 말은 이것과 똑같습니다.
      번역가의 푸념이라고 할까요?
      '못 해먹겠다 니들이 정치해라'
      '못 해먹겠다 니들이 번역해라'
      이런 식의 푸념이란 얘깁니다.
      얼마나 지치면 이런 얘기를 할까요?

      번역가는 묵묵히 관객이 던지는 돌 다 맞으면서
      '아... 내 잘못이야' 하고 가부좌 틀고 있어야 할까요?
      번역가들도 사람이고 인내에 한계가 있습니다.
      관객들은 무심코 돌맹이 하나 던지는 거지만
      작가들에게는 실질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엄청난 타격이 됩니다.
      이 점을 생각하지도 않고 무조건 돌을 던지고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비난은 비판으로 받아들이라고 하셨는데
      비난은 비판과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비난까지 비판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그야 말로 현존 부처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관객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자막이 마음에 안 들고 눈에 거슬리면
      한 마디 할 수 있습니다.
      그것까지 뭐라 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도가 지나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번역가에 대한 인격모독이나 입에 담지도 못할 상욕들.

      제 블로그에 와서 오역이나 의역 문제로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은 딱 두 종류가 있습니다.

      종류 1.
      '번역 그따위로 할래? 니가 번역사냐?'
      종류 2.
      'ㅇㅇㅇㅇ 부분은 ㅇㅇㅇㅇ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맞지 않나요? 다른 의도가 있어서 쓰신 건가요?'

      님이 번역가라고 생각했을 때
      어떤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고 싶으십니까?
      번역가도 실수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니까 당연하죠.
      그런 실수가 있고 관객이 그걸 캐치했다면
      관객의 피드백에 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피드백 100개 중 99개는
      아주 비정상적인 방식의 피드백입니다.
      저는 저에게 예의 없이 구는 사람들에게까지
      예의 차릴 정도로 성인군자는 아닙니다.

      영화가 나올 때마다 어디가 틀리나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영화가 끝나자 마자 부리나케 블로그에
      'ㅇㅇㅇ의 오역 문제'라고 글을 올리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분들이 무서워서 소위 '정확한' 번역이라는 걸
      내키지도 않는데 해야 할까요?
      번역가들도 그렇게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작업해서 스크린에 걸 수가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안 하는 것뿐입니다.
      작가들은 작가들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 스타일이라는 게 관객들 눈에는
      진짜 아니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충분히 프로의 세계에서 먹히고 시장성이 있는
      자막이기 때문에 쓰는 겁니다.

      전문용어 번역 태클이란 얘기가 많은데
      영화 한 편에 나오는 자막 수를 2천 개라고 했을 때
      특정 관객들이 태클을 거는 자막은 그 중 몇 개일까요?
      하나? 두 개? 세 개?
      그 작품을 작업한 번역 작가는 2000개 중 한두 개 때문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얻어 먹고
      중등 영어도 안 되는 실력의 번역사라고 놀림감이 됩니다.
      영화 내내 자막이 개판이어서가 아니라
      그 한두 자막 때문이란 얘기죠.
      그 자막 용어가 작가의 실수일 수도 있고
      배급사의 요청일 수도 있고 작가의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앞뒤 사정 안 보고 '발번역'이라고 욕하는 건
      솔직히 악플이나 다는 초딩이랑 다를 게 없습니다.

      관객들이 먼저 아우성치지 않아도
      도저히 쓸 수 없을 정도로 퀄리티가 안 나오고
      자막에 대한 클레임이 많은 작가라면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서 도태됩니다.
      업체 입장에서도 그런 작가를 쓰진 않겠죠.
      거기서 관객들 반응을 전혀 몰라서
      계속 같은 작가들을 쓰는 게 아닙니다.
      거긴 직업적으로 관객들 반응을 조사하는 곳이니까요.

      `작가들이 작업한 건 100% 완벽한 번역이다.
      그러니 딴지 걸지 말고
      꼬우면 영어 공부해서 번역 없이 봐라.'

      이런 식으로 이해하신 모양입니다.
      위에도 말씀드렸듯이 작가도 사람인 이상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관객의 클레임이 오면
      작가에 따라 실수를 인정할 수도 있고
      스스로 반성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짜고짜 '개새끼야 번역 똑바로 해'
      이러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_-;;

      건전한 비판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그에 대해 정성스런 답변을 할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개념 없는 비난엔
      똑같이 개념 없이 비난해 줄 수 있는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번역가들은 부처나 예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 물론 부처처럼 속이 넓으셔서
      저런 비난까지 그냥 허허 웃고 넘기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성격이 못 되네요.
      아무튼 진지한 댓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영상 번역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자주 놀러오세요.

       Address

    • 음... 2009/07/23 19:29

      원하는 부분만 쏙 빼서 잘라붙였다구요? 그냥 '문단요약'인데요? 다시 그부분 읽어보세요. 아무리봐도 그 문단의 내용은 그런식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제가 할 말은 아닙니다만, 격한 비난은 그냥 무시하세요. 1:多 싸움에 승자는 정해져있는거 아닙니까. 상처는 본인만 받죠. 대응하건 안 하건 본인 자유이긴 합니다만.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9/07/23 20:12

      글쎄요... 1대 다수 싸움의 승자가
      정해져 있다고 가만히 있을 성격은 못되네요.
      많이 때린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얻어터지면서도 이러고 있네요.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56 관련글 쓰기

영상번역과 시청자의 반응(NCIS편)

View Comments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각 케이블 채널마다 사이트가 있고 시청자 게시판이 있습니다. 작가들은 시청자들이 올려 주는 반응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 워낙 욕을 먹은 적도 많아서 일부러 안 볼 때도 있지만 궁금해서 또 들어가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_-;; 제가 주로 작업하는 채널은 폭스채널, 폭스라이프, 채널CGV, XTM입니다. CJ계열이죠. OCN계열과는 별로 인연이 없네요. 아무튼 오늘은 시청자의 반응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요즘 저는 폭스채널과 XTM에서 NCIS 시즌1, 6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XTM 사이트의 NCIS 게시판을 봤더니 이런 글이 있습니다.

===============================================================================================

뭐 어차피 영어도 짧고
태클 걸려고 눈에 불을 킨 사람도 아니지만;;
시작한지 15분 만에 거슬리는건 좀 그렇네요
내용상 깁스가 새로운 요원들에게 호칭에 관한 주의를 주거나 하는 장면에서
깁스라고 부르게 하고 자막엔 보스라고 나오는데요
과연 깁스가 자신을 보스라고 부르라고 하는 거였을까요;;
물론 `깁스 보스` 따위의 해석 여부를 따지는게 아니라
다음씬에 맥기가 보스로 불리우고 깁스가 나타났을때 당황하며 보스로 부르는 그런 장면들을 봣을때
그리고 통화하는 지바는 깁스라고 부를때
그리고 그동안 토니와 맥기만 보스라고 깁스를 부를때는 그만한 이해관계나 상하관계가 적용된거 아닐까요 전부터 등장인물들 사이의 존댓말 따위에 관해 말들이 많더니만 이런 내용상 웃고 넘기거나 미소를 띨만한 장면에서  사소한 번역 미스로 씁쓸하게 하는건 좀 그렇네요
자막 만드시는 분이 NCIS내용 자체를 모르고 막 번역 한다고 밖에 생각이 안드는군요;;;

=================================================================================================

물론 XTM에서 ncis를 해주셔서 하루도 안빠지고 보고는 있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분들이 ncis를 어둠의 경로(인터넷.....;;)로 최신 ncis나 지난 시즌의 ncis를 보실꺼에요.

몇년동안 그렇게 봐서 당연히 그 자막에 익숙해져있는데 XTM에서 볼 때는 자막이 이전 자막과 틀려서 너무 어색합니다.

또, 익숙해진 자막뿐만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관계를 봤을때도 자막이 너무 어색해요.

깁스가 어떻게 덕키에게 반말을 하고 밴스가 어떻게 깁스에게 말을 놓습니까.

아무리 깁스와 덕키가 친구관계라고는 하지만 덕키가 훨씬 연장자인데요.

더군다가 밴스가 깁스에게 반말을 한다니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정말 볼 때마다 저건 아닌데 하며 XTM에서 ncis를 보는게 짜증날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친밀한 앱스와 맥기가 서로 존대말을 쓰나요?

누가 봐도 둘의 관계는 직장 동료 이상의 관계인데 서로 존대말을 쓴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지바와 토니도 그래요. 토니가 훨씬 경력이 많고 지바와도 그렇게 죽이 잘 맞는데 토니가 지바에게 존대말을 쓴다니요!!

지바나 맥기가 토니에게 존대말 쓰는게 당연한 것처럼 토니가 지바와 맥기에게 반말을 쓰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토니는 맥기에게 반말을 쓰잖아요.



ncis를 인터넷이 아닌 TV로 본다는건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고 XTM측에 감사해야할 일입니다.

하지만 볼 때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보는건 아니잖아요.

고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들이 봤을 땐 일단 관심을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변명할 말이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죠. ㅎㅎㅎ 시청자들은 작가들이 호칭 문제나 인물 관계, 대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에 맞지 않으면 '오역' 혹은 '못한 번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시청자들이 아닌 것 같다고 항의하는데 쉽게 다음편부터 고쳐서 작업할 수 없느냐? 이번 기회에 시원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인물 관계나 호칭, 존하대 문제는 1시즌부터 시작할 경우 대부분 작가가 설정하도록 해 줍니다. 이 부분에서도 채널이나 에이전시 측과 논의를 합니다. 무조건 작가 마음대로 하지는 않습니다. 영상 번역 작가들은 개인 영업을 하는 프리랜서들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아무리 A라고 쓰고 싶다고 해도 클라이언트에서 B를 요구하면 그렇게 해 줘야 합니다. 우리는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디 분들과 의견차이 때문에 가끔 여기서 혼선을 빚는 경우도 있습니다.

8시즌까지 진행한 드라마가 있다고 한다면 8시즌 전체를 한 작가가 작업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해당 작가의 현재 스케줄도 있고 채널측에서 작가 교체를 요구한다거나 특정 작가를 지명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즌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데 중간에 의뢰가 들어왔을 경우. 저 같은 경우 NCIS는 이미 5시즌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6시즌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기존에 설정한 인물관계나 호칭을 그대로 따라가야 합니다. 5시즌까지는 서로 친구였다가 6시즌에는 갑자기 존대를 한다거나 하는 상황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중간에 시즌을 받을 경우에는 작업을 하다가 짜증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에 작업했던 모 수사물이 있습니다. 이 수사물에서는 아예 주인공들의 직책이나 직위까지 잘못 번역돼 시즌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존하대 관계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그대로 아예 틀린 부분만 적당히 수정할 뿐 판을 뒤집어 엎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딸랑 한 번만 방송하고 끝날 작품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존하대의 경우는 진짜 작가들을 괴롭히는 부분 중에 하나인데 시즌 중간에 불쑥 끼어 들어와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A란 인물이 있고 2편에 첫 출현했을 때는 A가 다른 주인공들은 B, C, D와 서로 존대를 했다고 가정해 보죠. 그러다 3편부터 주인공들 사이에 섞여서 고정출연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2편엔 존대를 썼는데 갑자기 3편에 말을 놓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딜레마! 작가의 재량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제작하는 피디 분과 논의를 합니다. 갑자기 말을 놓기도 어색하고 그냥 계속 존대를 하기도 짜증나고. 우리 나라 드라마나 영화라면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말 놔라' 하는 장면이 나오겠지만 아시다시피 영어에는 존하대가 없습니다. 당연히 이런 장면이 나올 리가 만무하죠. 그래서 혹여나 비슷한 장면이 나오면 은근슬쩍 존대에서 서로 하대로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이런 고민 중에 적합한 장면이 나온다면 진짜 작업에 좋은 기회를 잡는 거죠. 그러나... 이런 장면은 거의 없답니다.

위와 같은 시청자의 글을 볼 때 가장 답답한 점은 시청자들이 인터넷 자막에 너무 길들여져 있다는 거죠. 영상 번역 작가들은 아마추어 분들과 작업하는 방식도 다르고 일을 보는 눈도 다릅니다. 그리고 개인에 따라 작품을 보는 시각도 많이 다르죠. 당연히 인물 관계 설정이나 존하대 관계도 많이 다릅니다. '인터넷판 자막과 어투가 달라서 이상하다, 못 보겠다'라는 말은 'MP3를 불법다운 해서 들어 봤는데 A가수의 노래는 개판이다'라고 여기저기 말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에 TV에 나온 자막을 먼저 보고 인터넷 자막을 봤다면 어땠을까요? 인터넷 자막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명색이 프로라는 사람들이 시청자 몇 명이 불법으로 본 인터넷 자막에 길들여져 못 보겠으니 고쳐달라면 그대로 고쳐야 할까요? 저 같으면 오기가 생겨서라도 안 바꿉니다. '프로'라는 말에는 그에 걸맞는 프라이드도 있기 때문입니다.

윗글과 같이 본인에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나오면 해당 작품을 작업한 작가는 '작품을 잘 알지도 못하고 작업하는 사람' '번역을 못하는 사람' '작품에 애정이 없는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기 십상입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죠.

====================이 부분은 NCIS를 아시는 분들만 이해하실 겁니다=====================
첫글을 올리신 분은 '지바는 다른 장면에서는 보스라고 하는데 왜 특정 장면에서만 보스를 '깁스'라고 부르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이건 성의 없는 대사 처리가 아니라 가장 고심한 대사 부분입니다. 그 편을 통틀어 지바가 '보스'가 아니라 '깁스'라고 부르는 장면은 그 장면뿐입니다. 그 말을 할 당시에 지바는 모사드 국장인 아버지 옆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바의 아버지는 자신보다 깁스를 더 따르는 딸에게 미묘한 원망을 가지고 있고 지바도 알지 못할 미안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바는 원래 NCIS 요원이 아니라 모사드 소속이기 때문에 그 장면에서만 '보스'가 아니라 '깁스'로 처리한 겁니다. 옆에서 아버지가 듣고 있고 그 당시에는 모사드 소속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시 NCIS에 복귀했을 때는 '보스'라는 호칭으로 처리했습니다. 그 두 글자 '깁스'를 처리하려고 제 머릿속을 지나간 생각이 이만큼입니다. 프로 작가들은 결코 대사를 대충 처리하지 않습니다.
===============================================================================================

깁스와 더키는 친구 사이입니다. 더키는 60대 초반입니다. 정확한 연령을 알려고 연방 기관 검시관의 정년까지 뒤져봤습니다만 더 이상 검색이 되질 않더군요. 10살 가까이까지 친구를 먹는 미국에서는 말을 놓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제가 설정했던 존하대 관계가 아니라서 이 부분은 저도 조금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긴 합니다. 원래는 저도 깁스가 더키에게 존대를 하는 관계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피디 분과 상의를 하고 기존에 진행한 시즌도 있고 할 경우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설정합니다.

깁스와 밴스의 존하대 문제를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깁스는 1976년 당시 나이 20~21세에 입대를 했습니다. 현재 연령은 50대 초중반이란 얘기죠. 밴스는 현재 연령 51세로 추정합니다.(해외 팬 사이트를 쥐잡듯이 뒤져서 찾은 내용입니다) 현재 국장 직위에 있고 연령대도 비슷한 밴스가 깁스에게 존대를 쓸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무조건 인터넷 자막과 설정이 안 맞는다고 해서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번역이 엉망이네, 작가가 작품에 관심이 없네, 하는 말은 작가를 몇 번 죽이는 일입니다. 당연히 채널측에서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고 이런 경우가 심하면 해당 작가에게 일이 안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시청자 분들은 마음에 안 드는 자막을 본다고 해서 막무가내 비판을 하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상 번역 작가들은 그 누구보다 작업 중인 작품과 인물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정말 좋아하던 캐릭터가 죽거나 하는 장면이 나오면 울컥할 정도로 예민하고 캐릭터에 애정을 쏟는 사람들입니다. 부디 작가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은 참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윗 분들은 양반입니다. 다짜고짜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얼토당토 않은 글로 마구잡이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죠.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인물 관계 설정에 대해 글을 따로 하나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_-;; 아깝네요;; 아무튼 폭스채널에서 진행 중인 NCIS 시즌1, XTM에서 진행 중인 NCIS 시즌6 많은 시청 바랍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5 Comments (+add yours?)

  1. 바금 2009/05/08 17:08

    11시에 하는 FOX의 NCIS1이 끝나고 바로 XTM으로 채널을 바꾸면 NCIS6이 절 기다리고 있지요^^
    열혈 시청자랍니다 제가 번역쪽에 어느정도 몸을 담고 있어서 마음에 드는 외화를 보면 번역 타이틀을 확인하곤 합니다 시즌 6을 재미나게 보고 있어서 누굴까 했는데 작은평화님이셨군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토니가 지바에게 "..hate you"란 대사가 있었지요 자막은 "미워 죽겠어"였나...? 아하하 웃으면서 센스쟁이~를 속으로 외쳤어요 완전 토.니.다.운 대사였거든요 이렇게 짧은 문장 하나로 누구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건 참 멋진 일인것 같아요 사람마다 생각하는것과 취향이 다르겠지만 전 아주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습니다 많이 배우기도 하고말이죠
    많은 시청....하겠습니다 ^^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9/05/08 18:29

      감사합니다~
      그 대사를 기억하시다니
      관찰력이 좋으신데요 ㅎㅎㅎ
      많은 시청 바랍니다!

       Address

  2. 봄봄 2009/05/08 18:49

    어이쿠. 서키님 속 많이 상했겠네요.. 시청자들이 앞뒤 상황을 다 알아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엑스티엠 시즌1은 2004년도인가, 우리나라에선 그때 처음 작업했대요.
    전에 내가 일했던 프로덕션에서. 그때 작가님도 다른 작가님이고 피디님도 다른 피디님이었겠죠?
    시즌2부터 작업들어가면서 작가랑 피디가 저랑 다른 분으로 바뀌면서 . 역시 1을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서키님이 폭스에서 시즌1하는 게 반가웠던 건, 다시금 새로운 버전을 과감히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고 시청자로서도 무척이나 즐겁게 본답니다. 엑스티엠쪽이 좀 난감할 듯하네요. 나도 욕 엄청 먹었었거든요. 일일이 응대할 수도 없고. 암튼 이런 서키님의 열정에 내가 배울 게 많네요. 공부하려고 하는 쪽도 사실 이런 영상 번역 부분과 관계된 부분이라 오히려 서키님 시각에서 많이 도움 받습니다. 인터넷 자막과 방송 타는 영상 자막의 차이에 어떤 수많은 관계들이 섞여 있는지 시청자들 모아 놓고 따져 줄 순 없지만. 언젠가 내가 한번 해 볼라구요.예전에 폭스 닥터후 하면서 어떤 시청자한테 엄청 당했던 적이 있어서리. ㅋㅋ 파이팅하세요. 글고 시즌6 숨길 수 없는 과거- 그거 보면서 가슴 뭉클 ㅋㅋㅋㅋㅋㅋㅋ.... 깁스 아빠 너무 귀여워.... 서키님 번역을 보고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힘으로 얻으시길 바라면서. 파이탕

     Reply  Address

  3. BlogIcon Laputian 2009/05/09 19:23

    고충이군요. 확실히 보다보면 맘에 안 드는 부분도 있지만, 이게 번역가 개인을 비난할 수가 없는 일이니 참. 번역가는 번역가 나름대로 스트레스 받고.

    요건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저는 일본 애니 자막을 웹상에서 꽤 오랫동안 만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작은평화 님께서도 경험하신 바이지 않을까 싶은데) 직역이 아니면 무조건 오역이라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더군요. 놀랐습니다. '의역'과 '지어내기'를 구별 못하는 번역가가 있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고요.

    여하간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Reply  Address

  4. sjhan 2009/06/10 13:14

    정말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단순한 번역만 하시는 게 아니라 상황이나 심리까지 파악하시면서 적합한 번역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하시는군요.
    밴스국장의 나이까지 추측해 내시는 걸 보고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위에 제안하시는 분의 글도 이해가 된답니다.
    XTM에서의 요원들간의 존하대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인터넷 자막에 익숙해서는 아닌 거 같거든요.
    이전 시즌에서 이미 정해진 존하대 룰을 꼬옥 따라야 하는 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름이나 직책의 표기법이 갑자기 달라지는 건 좀 이상해도,
    (더 자연스러운 설정이라면) 존하대는 융통성 있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봐도 맥기와 애비가 서로 존대하는 건 굉장히 어색했거든요.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감이 화악 느껴지는 것이..
    아무튼 앞으로도 수고하시고, 재미있는 작품의, 좋은 번역 부탁드립니다!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54 관련글 쓰기

영상 번역 작가로 산다는 것

View Comments


영상 번역 작가 지망생은 물론 보통 분들도 어떤 삶일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오늘은 영상 번역 작가의 삶을 시원하게 폭로(?)해 드리겠습니다.

영상 번역 작가는 그늘에 있는 존재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개봉관이든 TV든 외화가 끝나고 '번역 ㅇㅇㅇ'라고 뜨는 자막을 몇 분이나 보실까요? 외화나 다큐멘터리, 각종 쇼프로를 번역하는 작가들은 나름의 전문성을 지닌 전문가들입니다. 하지만 세상엔 영상 번역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제 주위에는 이런 말을 하는 분도 계십니다.

'TV 나오는 번역은 방송국에서 직원이 하는 거 아니야?'

물론 아닙니다. 간단한 번역이나 짧막한 내용을 급히 할 때는 방송국 내부 인력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번역 작가들이 직접 작업합니다. 대부분 집이나 작업실에서 개인이 작업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영상 번역 작가는 어떻게 작업을 하고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는 외부에 그리 많이 노출되지 않습니다. 그늘에 가려진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물론 특A급 작가들의 경우엔 그렇지 않죠. 책으로도 유명한 이미도 씨나 현재 왕성히 활동하시는 김은주 씨, 박지훈 씨, 홍주희 씨 등등. 이쪽 분야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분들이지만 이미도 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작가 분들 이름을 이 글에서 처음 보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을 겁니다. 그러니 조금 더 작은 영화를 작업하셨거나 케이블, 공중파에 나오는 작품을 번역하신 작가들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겠죠. 그래서 이런 글을 쓰는지도 모릅니다. '난 이런 일을 하고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하고 세상에 소리를 치는 글인지도 모르겠군요.

한국의 영상 번역 단가는 굉장히 열악한 수준입니다. 혹자는 롯데리아 시급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거래처에 따라 단가의 차이는 큰 편이지만 평균 수준을 봤을 때 노동의 대가에 비해 굉장히 열악합니다. 작가들은 프리랜서가 겪어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박한 단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입문할 생각이 있는 분들은 환상을 버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시라는 말을 꼭 드리고 있습니다. 아주 바람직한 영상 번역 작가의 하루를 시뮬레이션 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8시 기상
아침 식사 후 9시쯤 작업 시작
12시 점심 식사
6시까지 작업
7시 저녁 식사

딱 이런 사이클로 하루에 40분 드라마 한 편을 뗄 수 있으면 아주 바람직한 생활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한 편 단가가 20만원 내외일 경우로 생각하겠습니다. 단가가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무리해서라도 일을 더 해야겠죠. 사실 무리해서라도 일을 더 하는 게 대부분의 경우입니다. 위와 같은 경우가 바람직한 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저렇지 못합니다. 위 내용대로라면 9시간에 40분 드라마 한 편을 떼야 한다는 말인데 이 정도면 작업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경우에 속합니다. 보통은 열댓 시간이 걸리는 게 대부분이죠. 다른 작가들에 비해 작업 속도가 떨어지면 더 빨리 기상을 하든지 더 늦게까지 작업을 하든지 단가가 더 높은 업체를 찾든지. 이렇게 세 가지 방법뿐입니다.

오후 12시에서 1시 사이에 기상
점심 식사후 작업 시작
8시에서 10시까지 작업
저녁 식사든 야식이든 대충 챙겨 먹음
밀린 일 때문에 새벽 3시 정도까지 다시 작업
새벽 4시쯤 취침

저 같은 경우는 이런 사이클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일정 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도 있지만 내려오는 일이 일정하지 않아서 한번에 확 몰렸다가 한 일주일 잠잠했다가 이런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프리랜서라고 하면 근무 시간이 자유롭고 원하는 만큼 일을 하고 원하는 만큼 쉴 수 있는 직업이란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이건 프리랜서와 전혀 관계없는 얘기 같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그렇게 해도 되긴 됩니다. 업체에서 일이 잔뜩 와도 한 2주 쉬겠다고 말하고 쉬면 됩니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일하겠다고 말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 다음엔 일이 안 옵니다. 이게 문제죠. 업체에서도 업체가 필요한 시기에 특정한 작가에게 필요한 양만큼의 일을 주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작가가 일을 거부하면 업체도 다른 작가를 찾고 이것저것 하느라 업무에 지장을 받게 됩니다. 이런 일이 지속되다 보면 그 작가를 쓰지 않는 일이 생기죠. 그러면 작가는 일감이 떨어지는 겁니다. 결국 작가는 마음대로 일을 받고 마음대로 작업하는 여유 따윈 가질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다른 프리랜서들도 이 경우와 아주 비슷할 것 같다고 봅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한 며칠 바른 생활로 작업을 하다가도 갑자기 바쁜 일들이 몰아닥치면 그동안 지켜온 생활 패턴이 순식간에 깨져 버립니다.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가려면 일이 있는데도 무시하고 잠을 자 버리든지 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게 불가능하죠.

영상 번역 작가들이 겪는 딜레마는 이런 불규칙한 작업량에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의 작업 시간은 대부분 오후 시간인데 직장인들은 늦은 오후에 만나 술잔을 기울이거나 약속을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약속에 나가기가 쉽지 않죠. 한번 나갔다 오면 또 패턴이 다 깨져 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영상 번역 작가를 하면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너 진짜 바쁜 척 한다' 이 말입니다. 누군 좋아서 바쁜 척 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조금만 소홀해도 주위 인간 관계를 다 망쳐 버리기 십상입니다. 이 점은 개인이 주의를 해야겠죠.

요즘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평균 퇴직 연령이라고 합니다. 프리랜서로 언제까지 일할 수 있겠다... 하고 장담할 순 없지만 최소한 저 나이까지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일할 땐 몇 달을 한 달 수입 20~30만원으로 지냈습니다. 고작 수입 100만원이 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실력 탓도 있고 작업 속도가 심각하게 느렸던 까닭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력을 쌓아서 적당한 거래처와 꾸준한 일감만 유지하면 직장인들 연봉을 따져도 영상 번역 작가는 중상 이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꼭 프리랜서라고 해서 직장인보다 불안하거나 어려운 직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프리랜서를 반백수로 보는 경향이 강하죠. 주위 어르신들이 걱정을 하신다거나 친구들이 비웃음을 던진다거나 하는 터무니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러이러하다고 상황을 설명하기는 굉장히 구차하죠. 전에는 저도 꽤 많이 발끈하고 했는데 요즘엔 그냥 웃고 맙니다. 대꾸하기도 지쳤다고 할까요. 주위에서 하는 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영상 번역을 포기하고 직장에 들어가는 경우도 굉장히 많습니다. 명절마다 결혼하라고 압박하는 친지들 때문에 별 마음에 안 들어도 대충 무던한 결혼 상대를 구해 결혼해 버리는 케이스라고 할까요. 물론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른 더 좋은 길을 찾아서 떠나시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이 부분이 영상 번역 작가들에겐 엄청난 딜레마로 다가옵니다. 저도 번역 1년차엔 면접을 봤던 경험도 있습니다.

영상 번역 작가는 하루 시간의 3/4 이상을 의자에서 보냅니다. 매시간마다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가끔씩 산책을 하고... 이런 관리를 해 주지 않으면 젊은 나이에도 요통을 앓기 십상입니다. 당장 일이 급해서 일을 하다 보면 끼니를 거를 때도 많아서 위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도 많고 온갖 지식을 다 짜내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체력도 쉽게 고갈됩니다. `앉아서 하는 일이 뭐가 힘들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꼭 건설 현장에 나가 들짐을 들어야 힘든 일이 되는 건 아닙니다. 몇 주간 이어지는 강행군 끝에 의자에서 일어날 때면 허리가 아프고 허기도 지고 욕실 거울을 보면 제 얼굴이 딱해 보일 때도 많습니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들죠. '얼마나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이런 몹쓸 짓을 하면서 살고 있나'하고 말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해서 하는 일인데도 몹쓸 짓이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란 말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영상 번역 작가들은 '작가'라는 호칭답게 아주 예민한 사람들입니다. 주위 번역 작가들과 자신을 비교해서 쉽게 낙심하기도 하고 슬럼프도 자주 오고 주위 사람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할 때도 많습니다. 어느 곳이든 경쟁은 있는 거지만 당장 다른 작가의 수입이나 현재 근황을 봤을 땐 더 피부로 느껴지기 때문에 자괴감을 느끼는 일이 많습니다. 업체에서 오는 일감이 뜸하거나 당장 일이 없을 때도 심각하게 초조해 하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업계에서 나름 인정을 받고 계신 40대 작가 분도 아직 이런 초조함을 느끼신다고 하니 이런 부감은 평생 지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된다'라고 툭툭 털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작가는 정말 훌륭한 거죠. 보통은 한 동안 우울해 하거나 작업에 지장을 받거나 잠을 잘 수도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까칠하다', '성격 안 좋다' 등등의 소리를 듣기도 쉽죠. 사실 꼭 그런 사람은 아닌데 말입니다.

영상 번역 작가는 자긍심 하나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우린 누가 뭐래도 '작가'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 하는 작품들을 작업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요전까지는 케이블 방송에서도 '번역 ㅇㅇㅇ'이란 자막을 내보내 주지 않았습니다. 요즘엔 거의 자막을 띄워 주더군요. 아무리 힘들게 작업하고 지치던 작품이라도 제 이름 석자가 자막에 뜨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번역 좋더라'라는 말도 작가들에겐 최고의 칭찬입니다. 그 한 문장, 한 단어를 떠올리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는 본인만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행여나 채널 게시판에 누구 번역이 엉망이네 개판이네 하는 말은 자제하셨으면 합니다. 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작업한 거니까요. 그리고 가끔 TV나 극장에서 번역 작가 이름이 뜨면 반드시 기억하는 건 아니라도 '저런 사람이 번역한 작품이구나...'하고 지나가면서라도 생각해 주셨으면 꽤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점심이나 저녁, 혹은 밤 늦게 야식을 먹으며 TV를 켜면 제가 주로 작업하는 채널을 봅니다. 기껏해야 한 20분이나 볼라나. 그래도 자기가 작업한 내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면 기분이 참 이상합니다. 신기하기도 하고요. 주로 작업하고 있는 채널들이기 때문에 밥 먹을 때 틀어 놓으면 한 이틀 걸러 하루 꼴로 제가 했던 영화나 드라마가 나옵니다. 제가 번역 생활 처음으로 작업한 영화는 MBC무비 채널에서 했던 '쉐이드'라는 작품입니다. 한참 전 일이었지만 있는지도 몰랐던 채널의 편성표를 뒤져서 제가 작업한 영화를 봤답니다. 뻔한 영화고 재미도 없었고 자막에 제 이름이 떴던 것도 아니지만 얼마나 뿌듯하고 신기하고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아직도 그때 기분이 생생하네요.

힘들고 지겹고 지칠 때도 많지만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열악한 환경에도 굳이 굳이 이 일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건강은 엉망이고 생활 패턴도 엉망이고 성격은 까다롭고 수입도 불안정하고 몰골도 안스러워지고... 등등등등등등등등등. 지금껏 글에 쓴 것처럼 자기 관리가 쉽지 않은 직업입니다. 그래도 영상 번역이 하고 싶은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일을 하다 보면 이 일이 천직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의 보람과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일이고요. 부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뛰어드신다거나 무모하게 진입하시는 건 재고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개봉관에 제 이름 석자를 거는 게 꿈입니다. 35살까지는 어떻게든 내 이름을 걸겠다...하고 스스로 약속도 했고요. 한번만 걸려도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한번이 아니라 아주 자주 걸리면 좋겠죠. ^^ 그나마 꿈이 있어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작업하는 하루하루가 훈련이고 연습입니다.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군대엔 이런 구호가 있죠? 물론 지금 하는 일도 실전이지만 제겐 실전 이상의 의미가 있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일에 치어 번역 질에 소홀할 때면 화도 나고 제 자막이지만 보기도 싫고 할 때가 많습니다. 어쨌든 제 꿈과 전혀 관련 없는 노력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 하루도 저린 허리를 두드리면서 자리에 앉아 일을 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달립니다. 그늘에 있는 사람이지만 언젠가는 여러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영상 번역 작가들 화이팅!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11 Comments (+add yours?)

  1. BlogIcon 페이비안 2009/04/14 09:30

    개봉관에서 꼭! 성함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프로의식을 가진 '작가'들이 더 주목받는 번역계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는 '번역 알바'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는 세상이 되었음 하는 바램이고요. 얼마 전에 쓴 관련글 트랙백 걸고 갑니다.

     Reply  Address

  2. 정호영 2009/07/11 00:52

    안녕하세요~ 저 또한 출판번역을 준비 중인데 생각을 많이 하는 글이네요~글 잘 보고 갑니다.

     Reply  Address

  3. 2009/07/21 21:02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4. BlogIcon jina8_8a 2009/07/22 00:15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중히 담아갈게요,
    존함 꼭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화이팅하세요!! ^^ 황석희님!

     Reply  Address

  5. 2009/08/12 22:54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6. 2009/09/07 16:36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7. BlogIcon 아삐꼬까 2010/02/02 19:35

    안녕하세요 DC Grey's Anatomy 갤러리 자막공장 번역원 아삐꼬까입니다..
    직업적으로 번역하시는 분은 역시 포스가 남다르시군요 +_+!
    공감되는 내용도 있지만 사실 저와 같은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고충들도 많네요 T_T...
    존경스럽습니다!!

     Reply  Address

  8. 김초록 2010/03/16 05:36

    저도 대학생때(2000년대 초반) 케이블 시트콤을 번역했었죠
    번역 회사를 통해서 알바를 한 건데
    한편에 30분 정도.. 걸린 시간은 무한대..(기억하기론 한10시간? ㅜ_ㅜ)
    그렇게 해서 4만원 받았었습니다 OTL ...
    그래도 TV에 나오긴 나오더군요 ㅋㅋ

     Reply  Address

  9. maroonhs 2010/03/25 20:09

    군대가기 전에 학교 다니면서 매달 10편씩(각 44분) 번역했었는데 그땐 입대한 뒤 훈련소 생활이 행복했을 정도로 빡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1시간분량 다큐 번역하는데 25시간 가량 걸렸죠. 게다가 미디어트랜스라는 극악의 프로그램 덕분에 싱크 잡는데만 5시간 걸리고... 익숙해지니까 나중에는 그래도 할만 했지요. 싱크잡고 번역하고 2번 확인하는데 44분짜리 드라마가 10시간 정도 걸렸으니.

     Reply  Address

  10. won 2010/03/31 23:28

    저도 2번째 생활패턴이네요.. 이 부분 읽고 한참 웃었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군요..
    전 영문학을 졸업했는데도 처음엔 번역이 싫어서 안 하겠다고 했는데..
    대학졸업하고 6년 동안 서로 다른 3 직장을 다니면서 꾸준히 한 건 번역밖에 없더라고..

    우연찮게 찾아온 기회로 영상번역을 1년째 계속 해오고 있는데요..
    이젠 님 말처럼.. 천직처럼 느껴집니다..
    좋아서 하는 일을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 생각되네요..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10/04/01 21:27

      '두줄의 승부사'에 들어오시면
      2번째 생활패턴으로 살고 있는 현직 번역 작가들
      백명 가량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ㅎㅎㅎ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1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49 관련글 쓰기
  1. Subject: 번역 알바에 대한 오해와 진실 Tracked from 오래 가는 블로그 2009/04/14 09:28

    요새 같은 불경기에 용돈이라도 벌어보고자 투잡할 거리를 기웃거리는 직장인이나 몸이 덜 힘든 알바거리를 찾는 대학생들에게 번역 알바는 구미가 당기는 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어짜피 남는 시간 활용해서 영어 실력도 쌓고, 돈도 벌고.. 그러나 세상 다른 일 모두 그렇듯이, 남의 돈 받아가기가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번역 알바에 대해서 쉽게 오해하는 몇 가지 부분들에 대해 짚어보자. 영어 실력을 쌓겠다?! 번역은 일이다. 일을 통한 경험이라는 것이..

롱런하는 영상 번역 작가가 되기 위한 새해 다짐

View Comments


보여주는 일기장에 쓰느냐, 번역 게시판에 쓰느냐 한참을 고심하다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아예 정리해서 번역 게시판에 글을 포스팅하기로 했습니다. -_-;;

새해 다짐으론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 직업과 관련된 다짐으로는 올 한해 계획을 '독서'로 꼽고 있습니다. 물론 목표가 아니라 계획입니다. 많은 계획 중에 하필 독서를 꼽은 이유는? 2008년을 보내면서 제 번역의 한계를 어느 정도 느꼈기 때문입니다. 완성 파일을 검토해 보면서 여러 표현들을 살펴보면 좋다 할만한 표현이 없습니다.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흔한 표현과 단어 선택. 아주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타결 방안은 독서 밖에 없었습니다. 책에 있는 훌륭한 표현들을 스크랩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짐합니다.

올해는 한 달에 책을 최소 세 권씩 읽겠습니다.

영상 번역 작가가 클라이언트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단은 몇 가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성실함도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프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함이 수반되는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영상 번역 작가의 능력을 말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표현력'일 겁니다.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작업시 품사를 고르고 나열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옵션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 됩니다.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훌륭한 자막이 탄생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작가 입장에서도 훨씬 편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겠죠. 한 단어나 문장을 가지고 담배를 서너 대씩 피우는 일도 그리 많지 않을 테고요. 이런 표현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제 생각으로는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책은 수많은 작가들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면서 만들어 낸 '표현'의 보고입니다.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은 지름길을 알게 되는 셈이죠. 영상 번역 작가로 롱런하려면 다양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표현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몇 년째 좋아하는 책만 몇 번이고 읽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다양한 작가의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독서와 더불어 TV, 영화 시청도 아주 중요합니다. 최소한 유행하는 TV 프로는 시청해야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 감각을 잃게 되는 날이 영상 번역 작가로서의 경력이 끝나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감'이 쳐지는 작가에게 굳이 일을 맡길 필요가 없으니까요. 영상 번역 작가로 롱런하려면 절대로 시대에 뒤쳐져선 안 됩니다.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야무지게 드세요' 예를 들어 이런 표현을 쓸 수도 있고 왕비호가 하는 독설도 굉장히 재미 있는 표현이라 응용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표현력 향상을 위한 마지막 방법은 디시인사이드나 기타 유명한 커뮤니티들을 자주 방문하는 겁니다. 특시 디시인사이드 같은 경우는 대한민국 B급 문화의 절정을 보여 주는 사이트죠. 팬도 굉장히 많고 젊은 층의 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사이트랍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PD도 이곳을 자주 모니터링하고 자막에 이 사이트의 표현들을 빌리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무한도전을 시청하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덕분에 아주 젊은 층부터 골고루 팬을 확보할 수 있었죠. '젊은 감각'을 가진 PD로 젊은 층에게 인정을 받는 다는 말입니다. 이제 인터넷 문화는 어디에서도 무시할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올해부터 서른 하나라 본격적인 삼십대가 시작됩니다. ㅠㅠ 젊은 감각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생각입니다. 영상 번역 작가 여러분, 2009년에는 책을 읽읍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댓글0 Comments (+add your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37 관련글 쓰기

영화, 드라마의 자막을 만드는 사람들(프로 VS 아마추어)

View Comments


제목이 참 거창하군요. ㅎㅎ 다름이 아니라 오늘은 자막을 만드는 분들에 대해 포스팅해 보려고 합니다. 실제로 케이블이나 공중파에 나오는 영화, 드라마의 번역 작가들은 비밀스런(?)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밖으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영상 번역과 관련된 블로그나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도 굉장히 적어서 외부로 노출된 정보가 별로 없죠. 반면에 영화, 드라마의 인터넷 자막을 작업하시는 분들은 자막 제작 카페에서 활동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네이트에 유명한 클럽이 몇 개 있죠? 저도 자막 없이는 외화를 거의 못 보는 사람이라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때면 이 카페의 도움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_-;; 영상 번역 작가가 영어 귀머거리라니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인터넷 자막이라고 하면 무조건 깔고 보는 번역 작가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삼척동자에게도 배울 건 있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열정이나 노력, 독창성들은 프로 작가들도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요?

애초에 '좋은 자막'이란 건 뭘까요? 프로 번역 작가들이 보기에 좋은 자막은 간결하고 독창적이고 함축적인 자막을 뜻합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좋은 자막의 정의가 이럴까요? 시청자들에게는 마냥 재미 있고 정확한 자막이 '좋은 자막'일지도 모릅니다. 가끔 인터넷 자막이 더 좋다고 댓글 다는 분들의 생각에 좋은 자막은 후자일 겁니다. 프로 작가라면 제약 가운데 시청자들의 생각도 최대한 반영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죠.

인터넷 자막을 만드는 분들과 케이블, 공중파 자막을 만드는 분들의 작업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유명한 드라마의 경우 "딕테이션-번역-전문 감수(의학, 법학 등)-감수" 이렇게 팀을 이뤄서 활동하시는 걸 많이 봤습니다. 실제로 의대에 다니는 분들이나 법대에 다니는 분들이 감수를 맡아서 해 주시더군요. 후덜덜... 한 작품을 이렇게 분업으로 작업한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 한 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우리는 개인이 모든 작업을 다 알아서 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도 크고 전문 지식이 나올 경우엔 사방팔방 정보 찾기에 바쁘니까요. 영화 같은 경우는 대부분 개인이 작업하는 일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디씨인사이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여럿 계시고(영화 자막에서 봤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면서 피드백을 환영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영화 번역의 경우에는 드라마를 번역하는 동호회에 비에 질이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영상 번역 작가가 인터넷 불법 다운 관련 자막을 이야기하는 게 어떻게 보면 좀 부적합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영화 단 한 편도 다운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

인터넷 자막과 케이블 자막의 차이점
가장 큰 차이점을 들자면 폼의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일단 글자 수의 차이가 심합니다. 인터넷 자막의 경우는 세 줄로 나오는 경우도 있고 한 줄이 굉장히 긴 경우도 많죠.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막는 것도 아니니까요. 케이블 자막에서는 글자 수 제한이 심하기 때문에 중요도에 따라 대사의 일부분을 누락하기도 하고 비슷한 뜻으로 바꿔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 줄 최대 글자 수는 스페이스 포함 12자 정도? 사실 12자로 작업해도 꽤 길게 보입니다. 때문에 어떻게든 자막 글자 수를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이것 때문에 고민하면서 피운 담배만 해도 산을 쌓겠습니다. ㅠㅠ

은어, 속어의 사용에도 차이가 큽니다. 인터넷 자막의 경우 이런 부분에 대한 제약이 없죠. 말 그대로 '씨팔'을 써도 상관없습니다. 요즘 유행어들도 사용할 수 있죠. '넌 뭥미?' 이런 거 참 부럽습니다. 케이블에서는 이런 말들을 거의 사용할 수 없습니다. 표현의 한계를 놓고 봤을 때는 인터넷 자막의 개방성이 부러운 게 사실입니다.


저는 이 동영상을 보고 하루종일 웃었습니다. ㅋㅋㅋㅋ

케이블에서 이렇게 번역하면 게시판 폭발할 겁니다. -_-;; 최대한 재미 있게 작업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이렇게 웃기지는 않겠죠.

영상 번역계에서는 두 줄, 제한된 글자 수 내에서 최대한 정확하고 함축적이고 재미 있는 자막을 구사하는 분들을 실력이 좋다고 합니다. 아무리 정확하고 재미 있게 자막을 만들어도 규격을 무시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채널마다 요구하는 글자 수나 duration(자막이 화면에 떠 있는 시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작가들은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는 게 보통입니다.

요즘 인터넷 자막을 보면 동호회 자막의 경우 질이 상당히 좋습니다. 굉장히 독창적인 표현들도 눈에 띄고 고심한 흔적이 보이기도 하죠. 케이블 자막과의 차이를 꼽자면 일부분 규격의 차이 정도? 전과 다르게 요즘엔 규격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현직 작가가 보고도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 분들과 즐거움을 위해 작업하는 아마추어 분들. 범위를 동호회로 제한한다면 솔직하게 그 차이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프로 영상 번역 작가의 실력이 동호회 분들에게도 미치지 않는다면 창피한 일이겠죠? 저는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밥 먹고 하는 일이 이건데 여기서 지면 직업 바꿔야죠;; 국가 대표 축구단이 일개 클럽과의 연습 경기에서 패배했다는 뉴스도 가끔 봅니다. 이쪽에서도 비슷한 일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지 않겠다고 이를 가는 수밖에요. ㅎㅎㅎ 같은 영상 번역 작가들에게 실력에서 차이를 느끼는 것보다 아마추어 분들에게 차이를 느끼는 게 1000배는 창피한 일입니다. 알게 모르게 저에게도 자극이 되어 주시는 아마추어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프로의 자막은 프로의 흔적이 느껴져야 합니다. 단순히 규격만 지키느라 아마추어 분들의 자막보다 '좋지 않은' 자막을 만드는 일은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프로야, 아마추어와 비교하는 자체가 수치스럽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항상 배우고 도전하는 자세에 있는 사람이 강한 법이니까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5 Comments (+add yours?)

  1. BlogIcon Laputian 2009/01/04 00:16

    재미있네요. 글도 재밌게 봤지만, 중간의 영상을 보고 15분은 웃은 것 같습니다.

    인터넷 아마추어들의 자막이라고 해도 동호회, 그리고 개인별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좀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아마추어 자막이란 게 그렇거든요, 기껏 시간 들여서 만들어놓고 댓글이나 조회수가 없거나 다른 곳보다 떨어지거나 혹은 번역 뭐같다 라는 소리가 들리면 내가 뭐했나 싶고, 보람도 없고. 그러다보니 아마추어라고 해도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퀄리티, 좋은 표현을 찾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죠. 계속 질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 인터넷 초창기 시절만 해도 일본애니도 그렇고 정말 허접한 자막이 많았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참..

    그래도 뭐든지 즐기면서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말이에요.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9/01/04 00:39

      이게 참... 일이 되면 즐기면서 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그게 문제예요. 아주 죽기보다 싫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ㅎㅎㅎ

       Address

  2. Hyo 2009/09/07 16:42

    공감이요 ㅎㅎ 넌 뭥미 ㅋㅋㅋ 기분 째지죠! 엣지있게! 이런거 쓰고 싶을때 많은데
    바로바로 수정당한다는..
    하지만 예를 들어 즐겨보는 그레이 아나토미 인터넷자막 같은 경우에도 말길이에비해 자막길이가 너무 길어서 돌려볼 때가 많긴 하죠
    이해가 잘되는 자막, 감각있는 표현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듯..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9/09/10 13:40

      언제나 그게 고민입니다.
      그래서 담배 꽁초만 쌓여 가죠;

       Address

  3. BlogIcon 아삐꼬까 2010/02/02 19:38

    영상이 안보이네요 T_T... Hyo님, Grey's Anatomy 번역커입니다... 저희 DC그아갤 자막공장에서는 최대한 자막 길이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으며, 세줄 이상 넘어가는 경우 가차없는 질타가 가해져 시즌5 이후부터는 그런 사태가 없을거라고 봅니다만... ㅎㅎ..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30 관련글 쓰기

영상 번역 작가 커뮤니티 '두 줄의 승부사' 이전

View Comments


영상 번역 작가 커뮤니티 '두 줄의 승부사'가 어제부로 개별 카페 이주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다음 카페 '번역하는 사람들'에 속한 소모임이었으나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느끼고 개별 카페로 독립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카페 주소는 http://cafe.daum.net/subtitlers 입니다. 다음에서 '두줄의 승부사'로 검색을 하셔도 검색 됩니다.

두 줄의 승부사는 단 두 줄에 모든 skill을 담아야 하는 승부사;영상 번역 작가들의 모임입니다. 현직에서 영상 번역에 종사하고 계신 작가들로만 구성된 커뮤니티이며 국내 유일의 영상 번역 작가 모임입니다. 현재 영상 번역 작가로 일하고 계신다면 두 줄의 승부사에 들어와 함께해 주세요. 약 100명의 정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모임이며 활발한 온오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입 관련 질문은 비밀 댓글로 달아주시거나 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suky79@subtitler.net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5 Comments (+add yours?)

  1. 2009/09/07 16:43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9/09/10 13:39

      카페에 가입하시면 게시판에 가입 절차가 있습니다. ^^

       Address

  2. 2009/10/12 11:37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3. 2010/02/02 19:51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25 관련글 쓰기

영상번역 작가의 작업 스샷 공개

View Comments



저는 이것 저것 하도 펼쳐 놓는 게 많아서 모니터 2대를 하나로 묶어 사용 중입니다. 흔히 `듀얼 모니터'라고 하는 방식입니다. 왼편에 있는 모니터가 24인치, 오른편에 있는 모니터가 17인치입니다.

보통 왼편에는 번역툴과 대본을 띄워 놓고 오른쪽에는 웹브라우저를 하나 펼칩니다. 이렇게 많이 펼쳐 놓으면 처음엔 좀 어지러운데 나중엔 또 모니터 2대가 아니면 작업하기도 귀찮고 어렵더군요.

1번은 요즘 영상 번역 작가들이 그나마 많이 사용하는 `미디어트랜스'라는 영상 번역 툴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참 할말이 많은데...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하나 올리겠습니다. 왼편에 영상 소스가 있고 오른편에 작업창이 하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간단히 이미지로 나타내자면...

아오... 개발자 나오라 그래 확...



2번은 보면 아시겠지만 MS-WORD입니다. 대본을 PDF로 주는 경우도 있고 워드로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워드로 오는 대본이 많은 편입니다. 창을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워드 창 오른편에 따로 사이드바가 하나 있습니다. 이건 MS-WORD에서 제공하는 사전입니다. 다른 작가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단어에 아주 약합니다 -_-;; 그래서 찾아야 할 단어가 굉장히 많은데 그걸 전부 브라우저에서 찾기엔 번거롭고 시간도 걸리고 해서 MS-WORD에서 제공하는 사전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아예 단축키를 ALT+A 이런 식으로 지정해서 단어에 마우스를 데고 단축키를 누르면 오른편에 해당 단어의 뜻이 나옵니다. 이걸로도 뜻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브라우저로 찾습니다.

3번은 윈도우 비스타에서 제공하는 사이드바입니다. 여기에 메모장과 단위 변환기를 놓고 사용합니다. 번역을 하다 보면 외국의 단위 체계가 우리 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무게나 길이를 변환해서 사용할 때 쓰죠. 이것도 네이버나 다음에서 따로 단위 변환기를 제공하긴 하는데 그때마다 브라우저에서 찾기 귀찮아서 아예 펴 놓고 씁니다. 메모장에는 작업 진도를 기록하죠. 그래야 안 놀고 그나마 작업을 합니다;;

4번은 요즘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의 사전 페이지입니다. 전에는 다음과 야후 사전을 많이 사용했는데 요즘엔 구글 사전이 더 좋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예문은 야후 사전에 가장 괜찮은 예문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웹브라우저는 파이어폭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즘에 쓰시는 분들 참 많은 브라우저죠? 각종 부가 기능을 설치할 수 있어서 번역시 필요한 페이지를 스크랩하기도 하고 메일 수신 내역을 바로 바로 알려 주기도 하고 여러 모로 유용한 브라우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작가 분들의 작업 스샷이 꽤 궁금하네요. ㅎㅎㅎ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5 Comments (+add yours?)

  1. 2008/12/29 22:56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8/12/30 00:32

      다음에 가입하셔서 두줄의 승부사에만 딱 들어오세요 ^^ 후회하지 않으십니다.

       Address

  2. BlogIcon 히로 2008/12/29 23:07

    제 작업화면은...
    걸레 같습니다 ㅡ,-;;;

    작업실도 깨끗한 주제에 일케 깔끔하지 작업하지 마;;;
    나만 거지같잖아 ㅡ,-;;

     Reply  Address

  3. 2009/10/12 11:44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4. BlogIcon 아삐꼬까 2010/02/02 19:43

    오와... 미디어트랜스라는 프로그램은 처음 봐요 +_+..
    전... 그저 notepad에다가... 대본이나 영자막 바로 밑에 쓴답니다...ㅠㅠ
    부럽다 ㅠㅠ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23 관련글 쓰기

영상번역가가 본 오역과 실수 2편

View Comments



`오역  영화' 이런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면 굉장히 많은 글들이 뜹니다. 어느 영화의 어느 대사가 오역이다. 이건 제목 자체가 오역이다. 그런 글들을 읽다 보면 공감하는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주장은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제가 영상 번역을 하기 때문일까요? 저도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누구의 어느 작품, 어느 대사가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기가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위 `영어 좀 안다'하는 관객들이 생각하기에 오역으로 보일 수 있는 말들도 사실 오역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 점을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오ː―][誤譯] <명사> 그릇된 번역. 또는 그르게 번역함.
오역-하다 <타동사><여불규칙활용> 오역-되다 <자동사>


오역은 모두 아시다시피 다른 나라의 말을 우리 말로 옮길 때 의미에 맞지 않게 번역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오역의 여부를 따지는 문제는 생각처럼 쉬울까요? 단순한 기사나 예술성이 배제된 번역은 차라리 오역을 따지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 시, 만화처럼 예술성이 있는 작품들은 쉽게 오역의 여부를 가릴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아주 뻔한 경우도 있고 어떻게 생각을 해도 오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영상 번역의 오역과 관련된 이야기를 몇 가지로 줄여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첫째, 영상 번역은 제약이 굉장히 심한 작업입니다. 자막 글자 수의 제약도 있고 자막이 화면에 떠 있는 시간(duration)의 제약, 등장 인물 개개인의 성격이나 말투를 따라야 한다는 제약도 있죠. 영상 번역 작가는 이런 제약 속에서 가장 깔끔하고 멋들어진 문장을 창조해야 합니다. 가끔 `어느 영화의 어디가 오역이다'라는 글을 읽다 보면 절대 그 정도 길이로 쓸 수 없는 자막을 올리고 '이렇게 하는 게 정확하다'라는 말들이 많습니다. 이게 가장 많은 경우죠. 인간에게 0.00000000001초 안에 두 줄 자막을 읽고 아무리 길어도 내용 파악까지 순식간에 끝낼 수 있으며 동시에 화면까지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애초에 영상 번역에 자막 글자 수라는 제약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의 인지 능력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기 좋은 글자 수로 자막을 만들고 내용을 함축하는 거죠.

이렇게 자막이 길면 대책 없죠? -_-;;

본 영화와 이 자막은 관계가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번역 작가들도 정확한 뜻이 뭔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대로 옮기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막을 줄이고 다른 내용을 찾는 거죠. 아래 문장은 뜻이 바뀐 예는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 말을 자르고 줄이는지 보여 드리려고 씁니다.


상황 : 동거하는 커플의 대화 중에 나오는 여자의 대사입니다.
           남자는 오늘도 여기서 자라고 우기고 있네요.(남자는 다 도둑님입니다)

 I mean, I think it’s kind of weird me staying here
when my parents are here.

부모님이 와 계시는 동안

내가 여기 있는 건 좀 이상한 것 같아

부모님도 오셨는데
여기 있긴 좀 그래


긴 문장을 의미가 약간 다르지만 자막 수를 위해 줄이는 경우를 굳이 찾으려니 또 쉽지가 않네요. 작업해 놓은 거 다 뒤질 수도 없고 -_-;; 작업하다 나오면 예로 올리겠습니다.



둘째, 영상 번역은 `문어(literary language)'가 아니라 '구어(spoken language)'로 작업해야 합니다. 자연스러움을 굉장히 중시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번역을 원문 그대로 원작자의 숨결까지 옮겨야 한다는 번역주의가 있고 역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옹호하며 번역을 제2의 창작으로 생각하는 번역주의도 있습니다. 어느 편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영상 번역에서는 역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자연스러운 표현을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퀴즈 하나 풀어 보죠.


아래 문장 나왔다면 1~5번 중에 어떤 표현이 정확한 표현일까요?

what are you waiting for?
1. 뭘 기다리고 있어?
2. 안 가고 뭐 해?
3. 땅 파면 돈이 나오냐?
4. 내가 떠 먹여 주랴?
5. 구경만 할래?


답은 몇 번일까요? 항상 1번? 항상 2번? 정답은 '장면을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다'입니다. 1번이 아니라 2~5번으로 번역을 한다고 해서 오역이 아니라는 얘기죠. 아주 엄격하게 말하자면 원래 뜻을 잘못 옮겼으니 오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해당 장면의 분위기가 더해지면 얘기가 달라지죠. 번역 작가는 대사의 원래 뜻보다는 해당 장면의 분위기나 인물의 말투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 편이 시청자들에게도 훨씬 자연스럽고 보기 좋기 때문입니다.


셋째, pun(말장난)이라는 게 있습니다. 같은 발음이나 같은 철자인 단어로 말장난을 하는 경우죠.

제가 사랑하는 재석 형님 -_-;;



패떳에 나왔던 말장난이죠? ㅎㅎㅎ 여기서는 '감'이라는 글자를 말장난에 사용했습니다. 저는 이거 보고 한참 웃었는데 재미 없나요? -_-;; 아무튼 드라마나 영화를 작업하다 보면 심심찮케 pun을 만납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난감한지 모릅니다. 발음이 비슷하면 뭘 하나. 우리 나라 말로 옮기면 뜻이 아예 다른 두 단어인데. 그 장면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 대사를 듣고 다 웃고 난리를 치는데 그걸 무시하고 번역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 번역 작가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미 있는 문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죠.


상황: 한 커플이 차를 타고 가다가 과속으로 경찰에게 잡혔습니다.

경찰 : You guys were drivin’ pretty fast.
          과속하셨습니다
남자: Oh…. She’s pretty. But we weren’t driving fast.
        
(옆의 여자를 가리키며 대사를 친다. 대사가 끝나고 다같이 웃는다.)
          얘가 예쁘긴 하지만
          과속은 안 했는데요

어떻습니까? 원래 뜻은 저게 맞지만 재미는 하나도 없죠 -_-;; pretty라는 단어를 두고 말장난을 쓴 대사입니다. 이 대사를 보고 고민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뭐가 재미 있다고 저 대사에 웃고들 저러는지;; 여기저기 다른 작가 분들한테 의견도 구하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아래 자막입니다.

속도위반 하셨어요

결혼도 안 했는데
 속도위반이라뇨

위와 같은 예처럼 원뜻과 아예 다르지만 재미를 위해 아예 문장을 새로 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작가가 pun을 처리하기 위해 '사과'를 '배'로 쓴다고 해도 오역이 아니라는 겁니다.


케이블이든 DVD든 극장이든 오역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확률은 지극히 낮습니다. 번역 작가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_-;; 물론 말씀드린 것처럼 터무니 없는 실수의 오역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인간의 실수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케이블로 나가는 자막도 영상과 합쳐지기 전까지 2~3명을 거쳐 갑니다. 극장에 나가는 자막도 작가를 거쳐서 자막 시사를 하고 다시 수정을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오역이 `없다'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영상 번역을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극장을 가도 TV를 봐도 자막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사실입니다. 제가 볼 때 실수가 보이는 부분도 있는 것처럼 누군가 다른 분들도 제 자막을 보면서 그런 생각들을 하시겠죠? 저는 그게 ㅎㄷㄷ 무섭습니다 -_-;; 직업인지라 자막에 신경 쓰느라 영화에 집중도 못하고 혼자 중얼 거리다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괜히 이 문장이 이렇네 저렇네로 열을 올리기보다 영화에 집중하고 가볍게 즐기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그거 하나 더 찾아낸다고 남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론 : 혹시 제 드라마에서 오역 찾으신 분
조용히 메일 주시면 silence를 대가로 술이라도 한 잔... -_-;;


관련글 :
2008/08/01 - [영상번역 이야기/영상번역?] - 영상번역가가 본 오역과 실수 1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2 Comments (+add yours?)

  1. BlogIcon 펀펀데이 2008/11/13 10:36

    말장난같은 부분은 정말 어렵겠네요.
    저런 고충이 따르는지 몰랐습니다. ^^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19 관련글 쓰기

한글날을 맞은 영상 번역 작가의 헛소리

View Comments

늘이 한글날인 것도 모르고 일하느라 하루가 다 갔습니다. 요즘 마감에 쫓겨서 아주 죽을맛이네요 ㅠㅠ.  마감할 거 마감하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포스팅 한 번 해 봅니다. 오늘은 한글날을 맞아 맞춤법, 바른 한글과 관련된 포스팅을 써 볼까 합니다. 영상 번역 작가에겐 맞춤법이 아주 짜증을 200% 유발하는 대상이거든요.

이블 번역, DVD(블루레이) 번역, 극장 번역. 이 세 가지를 자세히 관찰하면 맞춤법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케이블은 맞춤법에 가장 칼 같은 번역이고 DVD도 어느 정도 맞춤법을 준수합니다.(요즘엔 극장 번역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더군요) 극장 번역은 맞춤법의 제약이 그렇게 큰 번역이 아닙니다. 띄어쓰기, 외래어 사용, 비표준어 등등 케이블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참... 번역 작가에겐 고역인 경우가 많죠.



케이블에서 이런 거 바라지 마세요 -_-;;



이블을 보다 보면 '젠장, 망할, 빌어먹을' 이상의 욕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작가가 욕으로  작업을 한다고 해도 업체 쪽에서 전부 순화해서 바꾸기 때문이죠. 작가가 작업을 하다가 'fuck!'이라는 문장을 보고 '씨발!' 이렇게 작업해서 보내면 개념 없는 작가란 소리를 듣습니다. 심지어 '미친년'이란 말도 쓸 수 없습니다. 허용하는 채널도 있긴 한데 거의 사용하질 않습니다. 'bitch'가 나오면 심해 봐야 '망할 계집' '못된 계집' '나쁜 계집'입니다. 제가 아는 번역 작가 하나가 '잡년'이란 말을 썼다가 피디들 사이에 오르락 내리락 했답니다. ㅎㅎㅎ 그런데 웃긴 건 '미친놈'은 된다는 사실입니다.


남녀평등 보장하라, 보장하라! 응?? -_-??




아무튼 케이블은 이렇게 욕을 쓸 수 없게 한계를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극장 번역에서는 욕이 꽤 자주 등장하죠. 막말로 '씨발!'을 써도 되고 '시베리아에서 귤이나 까 쳐 먹고 뒈져라 야이 십장생 엠병 호구 지랄 맞은 여편네야'도 가능합니다. 글자 수만 허락 된다면요.  그렇다고 성기를 가리키는 욕을 마구 남발할 수는 없습니다 -_-;;;

춤법을 보자면 케이블에서는 정말 칼 같이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띄어쓰기를 한 번 보겠습니다.


케이블에선 이렇게 쓰고

본 영화와 이 자막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극장에선 이렇게도 쓴답니다


띄어쓰기에 맞지 않는 방식이지만 관객의 가독성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자막의 폭이 좁을 수록 관객들이 자막을 인지하는 시간도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붙여 쓰고 싶어 죽겠는데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야 자막 한 글자라도 줄일 텐데 말입니다. ㅠㅠ

은어와 같은 비속어 사용도 케이블과 극장 번역의 차이가 큽니다. 요즘은 케이블에서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만 극장에 비하면 아직 훨씬 까다롭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차인 상황이 있다고 해 보죠. 장면의 분위기를 봐서는 친구가 '빠꾸 당했냐?'라고 하면 좋을 것 같은 장면. 하지만 케이블에서는 '퇴짜 맞았냐?'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니가 짱 드셈' 같은 문장이라면 '네가 1등 해'로 바꿔야겠죠. 이렇게 보니까 좀 웃기죠? -_-;; 하도 안 되는 게 많아서 맞춤법 모두 무시하고 자막 수까지 엄청나게 긴 인터넷 자막을 볼 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합니다.

르고 고운 말을 쓰는 건 중요하고도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영상 번역은 최대한 현실에 맞춰 작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깡패들이 쓰는 단어나 날라리 고딩들이 쓰는 단어, 해당 장면이 나왔을 때 이런 것들을 자유로이 쓰지 못하면 현실감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번역에서 안 좋은 말들이 나왔다고 해서 한글을 파괴하네, 바르지 못한 언어 사용을 장려하네...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언어도 그렇지만 어떤 것이라도 규칙에 묶여 있으면 발전하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그럼 또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포스팅 때까지 ㅂㅂ~

6 Comments (+add yours?)

  1. BlogIcon A2 2008/10/09 23:05

    영상 번역에 이런 부분들이 있었군요. ㅋ
    처음 알았어요. ^^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8/10/10 00:39

      워낙 베일에 싸인(?) 분야라 아무래도 좀 생소하죠 ㅎㅎㅎ

       Address

  2. BlogIcon 히로 2008/10/11 23:08

    지금 내 이름 판 거삼? ㅡ,-;;
    근데 더 웃긴 건 난 "잡년"이라고 썼었는데
    그쪽에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해내려오는 말은
    내가 "쌍년"이라고 썼다고... ㅡ,-;;;

    아놔... 그게 내 이미지;;;

     Reply  Address

  3. 포도맘 2008/10/10 20:4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히로님이셨어요? 피디들 사이에 오르락 내리락 ㅋㅋㅋㅋ

     Reply  Address

  4. BlogIcon 펀펀데이 2008/10/11 16:37

    ㅋㅋㅋ 아~ 너무 재미있네요. 앞으로 자주자주 와야겠습니다.
    글 많이 올려주세요~ ㅋ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18 관련글 쓰기

영상번역가가 본 오역과 실수 1편

View Comments


사용자 삽입 이미지


ㅎㅎㅎㅎㅎ 이 사진 보고 한참을 웃었어요. 'bitch'가 아니라 'beach'죠. 인쇄소의 실수인지 홍보부의 실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버젓이 현수막을 걸어놓다니 실수도 보통 실수가 아니네요. 요즘 유행하는 악녀 마케팅이라고 보기에도 민망한 문구 같습니다. 하긴 정부에서도 번역 실수라고 발뺌, 방송에서도 번역자 실수라고 발뺌. 여기 저기 실수투성이인데 여기만 나무랄 것도 아니죠.



이왕 말이 나왔으니까 조금 더 얘기해 볼까요? 영상 번역 작가들은 가장 무서워 하는 게 오역이랍니다. 다른 번역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상 번역 작가들은 바로 채널 사이트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거든요. 요즘은 미드 매니아들도 많고 영어 잘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조금만 실수해도 귀신 같이 찾아내신답니다. 물론 이런 글이 올라오면 작가들에게 바로 클레임이 옵니다. 이런 게 쌓이면 작가의 신뢰도에 금이 가고 결국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기도 하죠. 가장 많이 틀리는 부분이 숫자 부분입니다. 14를 41이라고 하거나 twelve를 20이라고 번역한다거나 이런 건 몰라서 틀리는 게 아니고 말 그대로 실수죠. 아주 변명의 여지도 없는 실수라 이런 부분이 지적되면 정말 숨고 싶답니다. 제가 먼저 자진납세로 하나 꺼내 볼까요? ㅎㅎㅎ



제목: 번역 좀 똑바로 하세요
***********************************************************************
어떤 에피소드 마지막에 After three weeks of trial .....이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밑에 자막은 "3개월 후....."로 시작하더군요.
이런 삼척동자도 아는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합니까.
ㅉㅉㅉ
***********************************************************
.
.
.
.
.
.
.
.
.
.
.
.
.
.
.
.
.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피디님 지못미 쏘리 ㅠㅠ




저 같은 경우엔 사이트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온 적도 있습니다. 물론 자랑하려고 올린 게 아닙니다. ^^;;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작업을 했는지 이런 실수가 왜 생겼는지 저도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워낙 사소한 부분이라 특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런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게다가 위와 같은 실수는 화면에 영어로 'After three weeks of trial' 이런 문장이 뜨는데 `3개월 후'라고 번역했으니 중등 수준의 영어만 알고 계셔도 눈치챌 수 있는 실수죠. 저 실수 지적해 주신 분 감사합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변명의 여지 없는 제 잘못입니다(_ _)




숫자는 저 말고도 많은 작가들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정말 의미와 관계된 오역이라면 문제가 크죠. 작가의 자질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니까요. 하지만 오역을 판단하는 기준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이 부분은 한참을 써도 모자라기 때문에 다음에 집중적으로 다뤄 보겠습니다. 마냥 상황만 보고 '저거 오역이야!'라고 하는 글을 보면 화가 나는 게 사실이죠. 시청자들은 작가들의 생각이나 이쪽 상황을 잘 모르시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극중에 apple라고 나오는 부분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라고 번역했다면 오역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뭔개솔? 이럴 분도 계시겠지만 후후후...



다음에 올라올 포스트를 보시면 어느 정도는 이해하실 겁니다. 그럼 다음 포스트에서 뵙겠습니다~



관련글 :
2008/10/14 - [영상번역 이야기/영상번역?] - 영상번역가가 본 오역과 실수 2편

5 Comments (+add yours?)

  1. 찐이 2008/08/28 22:08

    2편 빨리 올려요. 열라 재밌다.

     Reply  Address

  2. BlogIcon 펀펀데이 2008/10/07 08:02

    영어 까막눈을 위해 간단한 해설도 함께 해주시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

     Reply  Address

  3. 2009/10/12 15:43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11 관련글 쓰기

영상번역으로 검색을 하면?

View Comments

`영상번역'이란 단어로 검색을 하면 어떤 페이지들이 뜰까요? 저도 가끔 검색을 해 보는데 `다음'과 '네이버', '구글'의 검색 내용들을 살짝 보죠. 첫 페이지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색 결과 나온 업체들은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윗 이미지는 포털 다음의 검색 결과입니다. 몇몇 업체 명이 뜨고 관련 검색어에는 초벌번역가, 이미도 영상번역 등이 떴군요. 초벌번역가란 단어는 모업체에서 초벌 번역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너무 과도하게 한 나머지 예상치 않게 여러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이기도 합니다. '이미도 영상번역'과 같은 관련 검색어는 요즘은 전과 같지 않지만 워낙 유명한 분이고 영향력 있던 분이니 당연한 결과일 테고요. 위에 나온 업체들과는 거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는 영상 번역을 하지 않거나 기술 번역의 비중이 훨씬 큰 업체들일 겁니다. 제가 컨택해 본 업체들은 대부분 그렇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윗 이미지는 포털 네이버의 검색 결과입니다. 제가 아는 업체 이름도 하나 나오긴 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로는 그리 좋지 못한 업체이긴합니다만 -_-;; 궁금하신 분들은 사이트를 한 번씩 들어가 보시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들어가시면 대부분 어떤 작업들을 수주해서 하고 있는지 올리는 사이트가 많습니다. 실제로 영상을 수주해서 작업하는 업체인지 문서 번역 업체인데 인력풀을 모으려고 광고를 하는 건지 대부분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엔 구글을 검색한 결과입니다. 맨끝에 제 블로그도 나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헤라 디여~

가장 처음 뜬 링크가 바벨코리아네요. 이번에 영상번역인증시험 제1회를 시작하고 영상번역 아카데미도 개원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거래하는 업체도 아니고 이곳에서 하는 영상번역시험이란 걸 본 적도 없기 때문에 딱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전에도 올렸던 '허울뿐인 번역 자격증' 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개인적으로는 번역자격증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실제로 시험 보고 오신 분 계시면 개인적으로 메일이나 댓글 좀 부탁드립니다.

영상번역은 보통 번역업체보다 프로덕션에서 많이 작업하는 편입니다. 이쪽으로 업체를 뚫어 보려고 마음 먹으신 분들은 미디어잡의 구인란을 살피는 편이 좋을 겁니다. 저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시작했기 때문에 검색에 걸리는 모든 업체에 전화를 하고 이력서를 뿌렸습니다. 영상번역은 물론 '번역'자만 붙으면 어디든 이력서를 뿌렸거든요. 150장 가까이 뿌렸습니다.(농담이 아닙니다. ^^;;) 요즘은 검색만 잘 해 보면 영상번역에 입문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첫 입문에서 한 동안 쓰디쓴 밑바닥 인생을 좀 체험하셔야 한다는 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써 나가는 게 자신에게는 득이 될 텐데. 업체를 소개해 달라거나 메일로 업체 전화 번호를 요구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그렇게 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딱히 등용문이 체계화되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에 진입 방법은 개인이 찾으셔야 합니다. 이쪽에 관심이 있으시고 영상 번역을 하게 되신다면 언제가 되든 저와 술 한 잔 같이 기울이실 날이 올 겁니다. 아주 좁은 분야거든요. ^^


관계글 2008/07/07 - [영상번역 이야기/영상번역?] - 허울뿐인 번역 자격증


3 Comments (+add yours?)

  1. 2008/07/30 17:02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2. 2008/07/31 16:30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10 관련글 쓰기

허울뿐인 번역 자격증 -번역가 지망생을 위한 글-

View Comments

가끔 번역 커뮤니티나 이런저런 블로그 글들을 읽으면 번역 자격증에 대한 글들이 가끔 올라옵니다. 오늘은 번역 자격증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현재 몇 개 업체에서 번역 자격 인증 시험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회사의 회원들에게만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업체도 있고 응시료만 내면 시험을 볼 수 있는 시험도 있습니다. 대부분 다른 자격증 시험들처럼 급수가 나뉘어 있더군요. 이 시험들은 국가공인 자격증이 아니기 때문에 획득하더라도 법적인 번역 능력 자격을 인정받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빨래를 잘한다고 우리 마눌님이 '작평이 빨래 1급 자격증'을 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느 세탁소든 호텔이든 이런 자격증을 인정할 리가 없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빨래의 달인? -_-;;;


현직 번역사들은 이런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까?
글쎄요... 꽤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시는데 적어도 제 주위엔 없습니다. 번역하는 분들을 오프라인에서만 수십 명, 온라인에서만 수백 명을 알고 있지만 이런 자격증을 소지한 분들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 블로그 댓글에서 모 업체의 번역 자격증 3급을 가지고 있다는 분의 글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번역 자격증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회의적입니다.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면 번역 관련 업체나 기타 관련 업체에서 어느정도의 가산점을 주긴 하겠지만 번역 자격증을 소지했다고 해서 지원자의 번역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업체는 없을 겁니다. 이쪽에 입문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격증이나 학력을 따지는 분야가 아닙니다. 오로지 경력과 실력만을 보는 분야죠. 말씀드렸다시피 `국가공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번역사들 사이에서는 번역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거리가 되지도 못할뿐더러 어찌 보면 창피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 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작평이 빨래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꺼내 보여 주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니까요.



번역 능력은 평가가 가능한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번역사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습니다. 누군가의 번역물을 원본과 대조하여 괜찮은 번역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일은 경력 있는 번역가들에게 솔직히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평가 기준을 정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거죠. 이 번역은 1급, 이 번역은 2급, 이 번역은 3급. 어떤 기준으로 이렇게 평가할지 저도 참 궁금한 부분입니다. 여러 어학 자격증이나 기술 자격증처럼 필기, 실기를 통해서 정확히 점수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번역 자격증 시험을 본 분들 중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본에 6년을 거주했는데 번역 시험 3급도 따지 못했다' '미국 생활 5년을 했는데 시험에 떨어졌다' 해당 국가에 오래 거주했다고 해서 번역 관련 능력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해당 언어에 자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시험 결과에 승복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하긴 합니다. 왜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는 거죠. 그만큼 평가 기준도 모호하고 자신이 뭐가 모자란지 판단하기도 힘든 시험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주 적은 인원의 번역을 평가한다면 모를까 대량의 답안지를 채점하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번역 자격증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력서에 한 줄 더 넣을 수 있다는 문맥에서라면 그렇겠죠. 각 업체의 인사 실무자들이 자격증에 대해 꿰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번역 자격증'이란 말이 들어가 있으니 어느정도 생각은 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분야와 전혀 관계도 없지만 취업시 가산점 1점이라도 더 건지려고 '정보처리기능사' 같은 시험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번역을 하고 싶어서 번역 자격증을 딴다는 것은 별 효과가 없습니다.



실무 능력을 인정 받는 번역 자격증은 없는가?
솔직히 말씀 드리면 없습니다. 번역 교육 기관이 몇 개 있긴하지만 이곳을 이수하였다고 해서 업체에서 인정해 주지는 않습니다. 실제 경력이 없다면 통대를 졸업해도 인정해 주지 않는 게 이쪽 분야입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긴 합니다. 번역 교육 기관을 이수했다고 해서 번역 능력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교육 기관에서 이수자들에게 업체를 소개해 준다거나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소위 '데뷔'를 시켜 주는 거죠. 물론 그 후에는 본인이 알아서 업체를 개척하고 자기를 PR하고 거래처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프리랜서는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자신할 수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제가 직접 본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SBS 영상 번역 아카데미'라는 곳이 있습니다. 저도 한참 번역 입문의 문턱에 서 있을 때 고려해 보던 교육 기관이었는데 수강료가 비싸서 생각을 접었습니다 -_-;; 그나마 이곳을 이수한 분들이 현직에 많이 계시더군요. 제가 거래하는 거래처의 PD분들도 이곳 출신이 몇 명 계시고 주위의 영상 번역 작가 분들 중에도 몇 분 계십니다. 이곳을 이수했다고 해서 무조건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교육 기관 이수 자격으로 첫 일감을 받아 데뷔한 경우는 SBS아카데미 빼고 본 적이 없습니다. 이수자들을 위한 업체 연계 프로그램이라도 있는 모양이네요.(저는 SBS영상번역아카데미와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제가 본 바로는 일어 쪽을 이수한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이상하게 영어로 이수한 분들을 못 본 것 같습니다 -_-;;



번역 자격증이 허울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번역 일을 시작해야 하나?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다룰 생각입니다만 우선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입문해야 하냐고 묻는 질문에는 쉽사리 대답해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등용문이 있는 분야도 아니고 자격을 인정 받는 자격증도 없고... 저도 그랬지만 주위 분들에게 전부 물어봐도 무조건 이력서를 돌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중에 운이 좋아 한 업체에서 연락이 오면 간단한 샘플 테스트를 받고 '데뷔'를 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그것도 아주 헐값에 시작하게 됩니다. 번역 프리랜서로 마음을 굳혔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월 50~100만원도 안 되는 수입을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먹고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ㅠㅠ


번역사들 사이에서도 `롯데리아 시급'이라고 자주 표현을 합니다. 하루에 서너 시간 일하고 이 정도를 번다는 얘기가 아니라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죽어라 일을 했을 경우에 이 정도를 벌게 됩니다. 이렇게 힘들게 이력서에 한 줄씩 늘려 가면서 경력을 쌓고 더 나은 업체를 개척하는 게 이쪽 분야의 정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쉽게 자격증 하나 따서 일을 시작할 수 있다거나 교육 기관을 이수했다고 마냥 일이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위에도 말씀드렸지만 프리랜서는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는 사람은 할 수 없는 직업니다. 관련 내용은 다음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번역 입문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던 분들도 너무 허탈해 하지는 마세요. 세상 어느 곳에도 한 번에 목표에 이를 수 있는 `왕도'는 없는 법이니까요. 다음엔 번역 프리랜서들의 피 터지는 구직 노력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그때까지 퐈이링~ -_-;;

10 Comments (+add yours?)

  1. BlogIcon 히로 2008/07/22 06:14

    나보다 업뎃이 더 느리다니... ㅋㅋㅋ

    근데 확실히 네이버보다는 티스토리가 반응이 적은 것 같네.

    같은 걸 검색해도 티스토리 포스팅은 다음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뿐이야.

    네이버 검색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더군.

    암튼 이런 글이 좀 더 퍼져야 할 텐데 말이지.

    프리랜서들의 피터지는 구직 노력은 언제 나옴? ㅋㅋ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8/07/22 13:39

      흠.. 나는 1위가 다음 서치로 들어오고
      2위가 네이버 서치로 들어오던데? ㅋㅋㅋ
      포스팅도 한 번 할라니 일이다 일 -_-;;;

       Address

  2. BlogIcon vermouth 2008/07/22 21:05

    영상번역관련일은 하지는않지만 평소에 영상번역에 대해 관심이 많이 있었는데 좋은 자료 잘 보고 갑니다^^ suky님의 블로그 저의 블로그에다 http://verumou.tistory.com/ 링크 할께요..ㅎㅎ

     Reply  Address

  3. 2008/07/24 14:24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8/07/24 18:40

      메일 주소나 연락처가 없어서 ^^;;
      다음에 연락 한 번 주세요.

       Address

  4. 박충희 2008/07/26 07:07

    형님!! 잘지내십니까 ㅋㅋㅋ
    제가 한번 가면 연락드린다는게 집에 갈일이 벼로 없고 막상가도 정신이
    없다보니 연락을 못드렸네요.;;
    곧 연락 드리겠습니다.
    열심히하는 형님 보기 좋습니다 ㅋㅋㅋ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8/07/26 23:27

      잘 살고 있는 모양이구나 대견하다 ㅎㅎㅎ
      언제 한 번 보자 ^^

       Address

  5. 2009/12/24 11:49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8 관련글 쓰기

영상번역이란?

View Comments

subtitle?

영상번역은 각종 미디어에 삽입되는 자막을 번역하는 작업입니다. 영어로는 `subtitling'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subtitle을 만드는 작업이란 뜻이죠. 사실 subtitle은 번역된 자막만을 뜻하는 단어는 아닙니다. 미디어에 삽입되는 모든 자막을 subtitle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번역된 자막 또한 subtitle 이라고 부른답니다. 이 subtitle을 만드는 사람들을 subtitler라고 하죠. 제 블로그의 주소가 www.subtitler.net인 이유도 이것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subtitler는 자막과 관련된 모든 엔지니어들을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영상 번역 작가만을 가리킨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너무 기술적인 측면만 부각되는 단어라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영상 번역 작가는 제2의 창작을 하는 '작가'들이니까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것들도 subtitle이라고 하죠.

쉽게 말해 다큐멘터리나 리얼리티 쇼, 외신 뉴스, 드라마, 영화, 스포츠 경기 중계 등등. 모든 미디어 컨텐츠의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화면에 띄우는 작업입니다.

무조건 듣고 작업하나?


보통의 경우는 업체에서 대본과 영상을 작가에게 보내 줍니다.(유대본 작업이라고 하죠) 작가들은 이 대본을 보고 영상에 맞추어 번역을 합니다. 예를 들어 대본에 'you stupid'라고 나오면 '이 띨띨아'로 쓰면 된다는 얘기죠. 간혹 업체에서 무대본 작업을 의뢰할 때도 있습니다. 무대본 작업은 유대본 작업보다 단가가 조금 더 센 편이지만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무대본 작업은 아예 받지 않는 작가들이 많죠.

TC가 뭐지?

영상번역을 할 때는 대부분의 작업에 TC(time code)를 필요로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상번역 작가들이 받는 영상의 첫 화면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제목과 소제목, 스크립트 번호가 나와 있고 상단에 숫자 보이시죠? `00.59.11.17' 이라고 나온 부분이 TC입니다. 이 숫자는 영상이 진행되면서 끝까지 계속 시계처럼 흘러갑니다.
업체 측에서 테이프를 녹화할 때 TC를 넣어 작가에게 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TC를 보면 01.40.36.15 라고 나와 있습니다. 40분이 약간 넘었다는 얘기죠.
인물들이 대사를 한 순간이 언제인지를 작가들이 작업에서 기입하는 겁니다.(이 부분은 할 말이 참 많아서 나중에 자세히 다룹니다) 모든 작업에 TC를 기입하지는 않습니다. 극장 번역도 작업 방식이 다르고 TC 기입을 작가에게 요구하지 않는 업체도 있죠.


(로앤오더 범죄전담반의 간지 검사 스톤입니다 -_-;;)


우선 간단한 정보만 알려 드리고 나머지 자세한 내용들은
천천히 구체적으로 포스팅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저녁 되세요 ^^

3 Comments (+add yours?)

  1. 2008/07/17 16:05

    비밀댓글 입니다

     Reply  Address

  2. 번역지망남자 2008/07/29 16:17

    영상번역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되나여
    준비과정 방법 입문양식 소개등 모든 방식을 총동원해서
    알려주세여 영어로 진출하려합니다
    010 2540 9633 으로 연락주시면 감사드려여

     Reply  Address

    • BlogIcon 작은평화 2008/07/29 17:05

      제가 따로 어떻게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저 인터넷 검색 내용이나 블로그 포스팅을 참고하시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겠네요 ^^

       Addres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5 관련글 쓰기

Newer Entries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