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각 케이블 채널마다 사이트가 있고 시청자 게시판이 있습니다. 작가들은 시청자들이 올려 주는 반응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 워낙 욕을 먹은 적도 많아서 일부러 안 볼 때도 있지만 궁금해서 또 들어가게 되는 게 사실입니다. -_-;; 제가 주로 작업하는 채널은 폭스채널, 폭스라이프, 채널CGV, XTM입니다. CJ계열이죠. OCN계열과는 별로 인연이 없네요. 아무튼 오늘은 시청자의 반응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요즘 저는 폭스채널과 XTM에서 NCIS 시즌1, 6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XTM 사이트의 NCIS 게시판을 봤더니 이런 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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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차피 영어도 짧고
태클 걸려고 눈에 불을 킨 사람도 아니지만;;
시작한지 15분 만에 거슬리는건 좀
그렇네요
내용상 깁스가 새로운 요원들에게 호칭에 관한 주의를 주거나 하는 장면에서
깁스라고 부르게 하고 자막엔
보스라고 나오는데요
과연 깁스가 자신을 보스라고 부르라고 하는 거였을까요;;
물론 `깁스 보스` 따위의 해석 여부를
따지는게 아니라
다음씬에 맥기가 보스로 불리우고 깁스가 나타났을때 당황하며 보스로 부르는 그런 장면들을 봣을때
그리고
통화하는 지바는 깁스라고 부를때
그리고 그동안 토니와 맥기만 보스라고 깁스를 부를때는 그만한 이해관계나 상하관계가 적용된거
아닐까요 전부터 등장인물들 사이의 존댓말 따위에 관해 말들이 많더니만 이런 내용상 웃고 넘기거나 미소를 띨만한 장면에서
사소한 번역 미스로 씁쓸하게 하는건 좀 그렇네요
자막 만드시는 분이 NCIS내용 자체를 모르고 막 번역
한다고 밖에 생각이 안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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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XTM에서 ncis를 해주셔서 하루도 안빠지고 보고는 있지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분들이 ncis를 어둠의 경로(인터넷.....;;)로
최신 ncis나 지난 시즌의 ncis를 보실꺼에요.몇년동안 그렇게 봐서 당연히 그 자막에 익숙해져있는데 XTM에서 볼 때는 자막이
이전 자막과 틀려서 너무 어색합니다.또, 익숙해진 자막뿐만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관계를 봤을때도 자막이 너무
어색해요.깁스가 어떻게 덕키에게 반말을 하고 밴스가 어떻게 깁스에게 말을 놓습니까.아무리 깁스와 덕키가
친구관계라고는 하지만 덕키가 훨씬 연장자인데요.더군다가 밴스가 깁스에게 반말을 한다니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정말
볼 때마다 저건 아닌데 하며 XTM에서 ncis를 보는게 짜증날때도 있습니다.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친밀한 앱스와 맥기가 서로
존대말을 쓰나요?누가 봐도 둘의 관계는 직장 동료 이상의 관계인데 서로 존대말을 쓴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지바와
토니도 그래요. 토니가 훨씬 경력이 많고 지바와도 그렇게 죽이 잘 맞는데 토니가 지바에게 존대말을 쓴다니요!!지바나 맥기가
토니에게 존대말 쓰는게 당연한 것처럼 토니가 지바와 맥기에게 반말을 쓰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토니는 맥기에게 반말을
쓰잖아요.ncis를 인터넷이 아닌 TV로 본다는건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고 XTM측에 감사해야할
일입니다.하지만 볼 때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보는건 아니잖아요.고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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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봤을 땐 일단 관심을 가져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변명할 말이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죠. ㅎㅎㅎ 시청자들은 작가들이 호칭 문제나 인물 관계, 대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에 맞지 않으면 '오역' 혹은 '못한 번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시청자들이 아닌 것 같다고 항의하는데 쉽게 다음편부터 고쳐서 작업할 수 없느냐? 이번 기회에 시원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인물 관계나 호칭, 존하대 문제는 1시즌부터 시작할 경우 대부분 작가가 설정하도록 해 줍니다. 이 부분에서도 채널이나 에이전시 측과 논의를 합니다. 무조건 작가 마음대로 하지는 않습니다. 영상 번역 작가들은 개인 영업을 하는 프리랜서들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아무리 A라고 쓰고 싶다고 해도 클라이언트에서 B를 요구하면 그렇게 해 줘야 합니다. 우리는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피디 분들과 의견차이 때문에 가끔 여기서 혼선을 빚는 경우도 있습니다.
8시즌까지 진행한 드라마가 있다고 한다면 8시즌 전체를 한 작가가 작업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해당 작가의 현재 스케줄도 있고 채널측에서 작가 교체를 요구한다거나 특정 작가를 지명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즌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데 중간에 의뢰가 들어왔을 경우. 저 같은 경우 NCIS는 이미 5시즌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6시즌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기존에 설정한 인물관계나 호칭을 그대로 따라가야 합니다. 5시즌까지는 서로 친구였다가 6시즌에는 갑자기 존대를 한다거나 하는 상황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중간에 시즌을 받을 경우에는 작업을 하다가 짜증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에 작업했던 모 수사물이 있습니다. 이 수사물에서는 아예 주인공들의 직책이나 직위까지 잘못 번역돼 시즌이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존하대 관계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그대로 아예 틀린 부분만 적당히 수정할 뿐 판을 뒤집어 엎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딸랑 한 번만 방송하고 끝날 작품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존하대의 경우는 진짜 작가들을 괴롭히는 부분 중에 하나인데 시즌 중간에 불쑥 끼어 들어와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A란 인물이 있고 2편에 첫 출현했을 때는 A가 다른 주인공들은 B, C, D와 서로 존대를 했다고 가정해 보죠. 그러다 3편부터 주인공들 사이에 섞여서 고정출연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2편엔 존대를 썼는데 갑자기 3편에 말을 놓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딜레마! 작가의 재량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보통은 제작하는 피디 분과 논의를 합니다. 갑자기 말을 놓기도 어색하고 그냥 계속 존대를 하기도 짜증나고. 우리 나라 드라마나 영화라면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말 놔라' 하는 장면이 나오겠지만 아시다시피 영어에는 존하대가 없습니다. 당연히 이런 장면이 나올 리가 만무하죠. 그래서 혹여나 비슷한 장면이 나오면 은근슬쩍 존대에서 서로 하대로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이런 고민 중에 적합한 장면이 나온다면 진짜 작업에 좋은 기회를 잡는 거죠. 그러나... 이런 장면은 거의 없답니다.
위와 같은 시청자의 글을 볼 때 가장 답답한 점은 시청자들이 인터넷 자막에 너무 길들여져 있다는 거죠. 영상 번역 작가들은 아마추어 분들과 작업하는 방식도 다르고 일을 보는 눈도 다릅니다. 그리고 개인에 따라 작품을 보는 시각도 많이 다르죠. 당연히 인물 관계 설정이나 존하대 관계도 많이 다릅니다. '인터넷판 자막과 어투가 달라서 이상하다, 못 보겠다'라는 말은 'MP3를 불법다운 해서 들어 봤는데 A가수의 노래는 개판이다'라고 여기저기 말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에 TV에 나온 자막을 먼저 보고 인터넷 자막을 봤다면 어땠을까요? 인터넷 자막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명색이 프로라는 사람들이 시청자 몇 명이 불법으로 본 인터넷 자막에 길들여져 못 보겠으니 고쳐달라면 그대로 고쳐야 할까요? 저 같으면 오기가 생겨서라도 안 바꿉니다. '프로'라는 말에는 그에 걸맞는 프라이드도 있기 때문입니다.
윗글과 같이 본인에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나오면 해당 작품을 작업한 작가는 '작품을 잘 알지도 못하고 작업하는 사람' '번역을 못하는 사람' '작품에 애정이 없는 사람'으로 손가락질 받기 십상입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죠.
====================이 부분은 NCIS를 아시는 분들만 이해하실 겁니다=====================
첫글을 올리신 분은 '지바는 다른 장면에서는 보스라고 하는데 왜 특정 장면에서만 보스를 '깁스'라고 부르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이건 성의 없는 대사 처리가 아니라 가장 고심한 대사 부분입니다. 그 편을 통틀어 지바가 '보스'가 아니라 '깁스'라고 부르는 장면은 그 장면뿐입니다. 그 말을 할 당시에 지바는 모사드 국장인 아버지 옆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바의 아버지는 자신보다 깁스를 더 따르는 딸에게 미묘한 원망을 가지고 있고 지바도 알지 못할 미안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지바는 원래 NCIS 요원이 아니라 모사드 소속이기 때문에 그 장면에서만 '보스'가 아니라 '깁스'로 처리한 겁니다. 옆에서 아버지가 듣고 있고 그 당시에는 모사드 소속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시 NCIS에 복귀했을 때는 '보스'라는 호칭으로 처리했습니다. 그 두 글자 '깁스'를 처리하려고 제 머릿속을 지나간 생각이 이만큼입니다. 프로 작가들은 결코 대사를 대충 처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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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와 더키는 친구 사이입니다. 더키는 60대 초반입니다. 정확한 연령을 알려고 연방 기관 검시관의 정년까지 뒤져봤습니다만 더 이상 검색이 되질 않더군요. 10살 가까이까지 친구를 먹는 미국에서는 말을 놓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제가 설정했던 존하대 관계가 아니라서 이 부분은 저도 조금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긴 합니다. 원래는 저도 깁스가 더키에게 존대를 하는 관계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피디 분과 상의를 하고 기존에 진행한 시즌도 있고 할 경우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설정합니다.
깁스와 밴스의 존하대 문제를 묻는 분들도 계시는데 깁스는 1976년 당시 나이 20~21세에 입대를 했습니다. 현재 연령은 50대 초중반이란 얘기죠. 밴스는 현재 연령 51세로 추정합니다.(해외 팬 사이트를 쥐잡듯이 뒤져서 찾은 내용입니다) 현재 국장 직위에 있고 연령대도 비슷한 밴스가 깁스에게 존대를 쓸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무조건 인터넷 자막과 설정이 안 맞는다고 해서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번역이 엉망이네, 작가가 작품에 관심이 없네, 하는 말은 작가를 몇 번 죽이는 일입니다. 당연히 채널측에서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고 이런 경우가 심하면 해당 작가에게 일이 안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시청자 분들은 마음에 안 드는 자막을 본다고 해서 막무가내 비판을 하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상 번역 작가들은 그 누구보다 작업 중인 작품과 인물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정말 좋아하던 캐릭터가 죽거나 하는 장면이 나오면 울컥할 정도로 예민하고 캐릭터에 애정을 쏟는 사람들입니다. 부디 작가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은 참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윗 분들은 양반입니다. 다짜고짜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얼토당토 않은 글로 마구잡이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죠.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인물 관계 설정에 대해 글을 따로 하나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_-;; 아깝네요;; 아무튼 폭스채널에서 진행 중인 NCIS 시즌1, XTM에서 진행 중인 NCIS 시즌6 많은 시청 바랍니다~
어쩌겠냐... 세상이 이 모냥인걸...
아... 힘없는 사람만 당하는 게 세상 이치인가부다
하루종일 우울하구만...
2009/05/23 21:42
비밀댓글 입니다
슈크림 2009/05/24 00:47
'그들'의 더러운 함정에 걸린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지는 모릅니다만...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죠.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