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View Comments

Jeff Beck - Cause We've Ended As Lovers

이 곡을 처음 들은지 14년이 지났다. 그 곡을 아직도 이렇게 자주 듣는다. 이젠 그나마 기타까지 배워서 제법 제프백 흉내도 낸다. 오늘도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다. 기타를 꼽고 비슷하게 톤을 만들어 본다. 택도 없는 실력으로 어설프게 연주를 따라 친다. 제프처럼 기타가 울지는 않는다. 괜한 기타 탓을 하다가 담배를 하나 또 문다. 몇 개를 피웠더라. 재털이를 보니 이제 겨우 두 가피째다. 이상하게 목이 텁텁하고 쓰다. 그러든 말든 담배를 문 채 또 기타를 잡는다. 네 마디를 넘지 못하고 손이 엉킨다. 별로 타지도 않은 담뱃재를 털면서 괜히 담배 때문에 멈춘양 혼자서 핑계를 댄다. 결국 기타를 내려놓아 버린다. 다음에 한가할 때 다시 치지 뭐. 그리고보니 궁금하다. 이곡은 제프가 썼을까? 제목은 누가 붙였을까? 지금까지 이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곡도 곡이지만 저 제목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사람은 막 헤어지고 뒤돌아서 터벅터벅 집에 가는 중일까? 아니면 술 한 잔 걸치고 울고 있는 중일까? 울지 못하는 사람이라 기타로 우는 걸까? 생각해 보면 나도 참 슬픈 날이 많은데 혼자 울어 본 게 언제였더라. 손으로 울 줄 알아서 기타를 대신 울리는 재주라도 있으면 속이 참 후련할 것 같은 기분이다. 손으로 울기는커녕 제 눈으로도 못 우는 놈. 아...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혹시 세상에 그런 재주도 있을까? 글로 울 수 있는 재주.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글로 울다 보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재주. 기타가 운다는 말은 흔하다. 자주 쓰는 말이다. 기타는 소리를 내는 녀석이니까. 혹시 글이 운다는 표현도 가능할까? 그 글을 보면 글이 울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글. 생각해 보니까 정말 편한 재주가 될 것 같다.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글로 우는 건 너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다. '손끝으로 운다'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다. 어느 뮤지컬 칼럼이었던 것 같다. 어느 배우는 손끝으로도 운다고. 좋겠다. 편리해서. 신은 왜 하필 우는 곳을 눈으로 정한걸까. 눈물이 나면 앞도 잘 안 보이고 눈도 붓고 남들한테도 다 들켜 버리는데. 하필 왜 불편하게 눈일까? 정말 울 정도로 슬프면 귀가 녹색으로 변하면서 운다거나 손톱이 파란색으로 변하면서 운다거나 발바닥이 간지러워지면서 운다거나. 꼭 눈일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운다는 표현에는 눈물이 꼭 포함되는 건가? 반대로 생각하니 조금 이상하다. 눈물이 없어도 운다고 말할 수 있나? 찾아 보니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는 게 '울다'라는 표현이란다. 그렇구나. 그럼 그냥 눈으로 울 수밖에 없겠네. 이별한 사람이 슬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러운 꼴을 보고 헤어진 게 아니라면야. 슬프다는 건 미안함이나 안타까움과 별개의 감정이다. 누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내겐 그렇다. 얼마 전 작업한 영화에 그런 대사가 나왔다. 'bastard로 살면 인생 참 편하다' 직접 해 보고나 말해라. 이거 생각보다 편하지 않다. 그럼 난 태생이 착한 놈일까? 아서라. 재떨이에 있는 꽁초가 웃을 소리다. 완벽하게 bastard로 살 수 있다면야 세상이 편할지도 모른다. 조커처럼? 싫은 놈 죽이고 배고프면 먹고 배아프면 싸고 섹스가 그리우면 아무 여자와 자고 피곤하면 자고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나고 답답하면 소리지르고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조커는 참 편했겠구나. 세상 사람이 모두 너 같았으면 너도 걍 속 편하게 살았을 텐데. 배트맨이 참 모질다. 그치? 착한 놈도 못 되고 bastard도 못 되고 어중간히 어중간히. 그러니까 사람이겠지. 그게 아니면 픽션의 캐릭터이거나 신이거나 악마. 셋 중에 하나. 담배를 몇 대 피웠나 다시 재털이를 본다. 분명 두 가피를 피웠는데 꽁초가 네 개나 있다. 언제 피웠더라. 모르겠다. 어차피 나 아니면 피울 사람도 없는데 내가 피웠겠지. 이참에 한 개피 더 문다. 문득 모니터를 보니 글이 꽤 길다. 뭐라고 뭐라고 꽤 길게 썼는데 다시 읽고 싶지가 않아서 그냥 포기해 버린다. 이렇게 쓸 데 없이 사고가 가지에 가지를 치고 가지에서 꽃이 피고 꽃이 떨어져서 낙엽과 뒹굴고 청소부 아저씨의 수레에 담겨서 소각장에서 태워지고 하늘로 올라가서 구름이랑 놀다가 체중이 불어서 바다로 떨어지고 흘러흘러 다시 내 모니터로 들어오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보니 왜 이러고 있지? 자는 게 무서운 건가. 그래. 이불이 대충 헝크러져 있는 침대를 슬쩍 돌아보고 깨닫는다. 자는 게 무섭다. 엄밀히 말하면 혼자 덩그러니 침대에 누워서 자는 게 싫다. 작은 싱글 침대. 꿈은 많이 꾸지만 무슨 꿈인지도 모르고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어쩌면 슬픈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슬픈 꿈을 꿨다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걸지도 모르지. 아, 이제 생각난다. 꼭대기에서 하던 얘기는 슬픔에 대한 얘기. 나한테 물어본다. 너 슬퍼? 그럴 줄 알았다. 늘 그렇듯 나한테 내가 물어봐야 나란 놈은 대답을 않는다. 이렇게 계속 글을 쓰면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열 시간? 스무 시간? 키보드에서 쉽게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일할 땐 그렇게 손을 때고 싶더니. 글을 마치는 거야 내 마음이다. 여기서 20킬로그램이 빠질 때까지 굶으면서 글을 쓸 수도 있고 바로 다음 줄에서 그만둘 수도 있는 것. 이렇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보여 주는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세티프리미어 777행사  (0) 2009/10/20
무라카미 하루키에 열광하면 안 되나?  (2) 2009/09/24
생각이 길어진다.  (0) 2009/09/21
인연  (0) 2009/09/21
위장전입이 대세는 대세다.  (1) 2009/09/17
운다고?  (0) 2009/09/08
게으름은 죄악일까.  (0) 2009/08/14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야.  (1) 2009/07/30
아버지와 아들  (0) 2009/07/14
디비디프라임 건  (9) 2009/06/30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대 정부 성명 2006.6.3  (0) 2009/06/03

댓글0 Comments (+add your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www.subtitler.net/trackback/67 관련글 쓰기

Newer Entries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