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의 음악답지 못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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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똥 멋지다고 와서 구경 좀 하라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정명훈으로 온 블로그가 들썩인다. 그 중 재미있는 글을 쓴 블로그(하민혁의 민주통신)가 있길래 들러서 구경하고 오는 길이다.(관심 있는 분들은 포스팅을 몇 개 더 읽어 보라 조선일보 찬양글도 있으니) 민주주의라는 게 참 좋긴 좋은가 보다. 이런 사람도 민주통신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리고 있으니... 그래서 나도 민주시민답게 정당하게 트랙백 걸고 씹어줄 셈이다.

충격, 지휘자 정명훈 "미국에 구걸하더니 이제와 촛불?"

위 글에 나온 정명훈의 대처는 지극히 상식적인 대처라는 내용이다. 그래? 정명훈의 성격이 원래 저렇게 되바라진 거라면 이런 대처는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늦은 시간에 찾아와 서명 용지 들고 찌질대는 못난 작자들로 보였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적합한 대처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고 끼고 싶지도 않은 일이라면 아예 할 말 없으니까 돌아가라고 차갑게 자르던가. 내려와서 촛불시위 어쩌고 떠들면서 도움을 요청하러 온 사람들에게 하지 못할 말들을 퍼붓다니 이게 무슨 상식적이라는 얘긴가. 이게 어느 나라 상식인지 묻고 싶다.

`그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하길래 그 사람들 살려야 돼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었다고 치자. 자기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그 합창단을 구하겠다고 와 있는 사람들이고 한국 음악계의 대선배에게 직접 도움을 청하러 온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 앞에서 꼭 저렇게 말을 해야 한다는 건가? 립서비스였든 뭐였든 전에 자신과 공연한 적도 있는 합창단이고 자기 입으로 프랑스에도 없는 최고의 합창단이라고 극찬했던 합창단이다. 아마 이 부분에선 뜨끔했으리라 생각한다.

위에 말했듯이 마음에 들지 않고 도울 생각이 없으면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다. 아니면 공인이기도 하니 백번 양보해서 나와 의견이 다른 부분이라고 타이를 수도 있다. 정치판에 껴서 곤란한 처지가 되기도 싫고 굳이 귀찮게 이런 일까지 도울 생각도 없고. 좋다. 뭐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대한민국 클래식의 거장이든 어쩌든 저런 일까지 모두 맡아 해 줘야 하는 만화에나 나오는 주인공의 책임감 따위... 꼭 지니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런 책임감과 사람을 대하는 예절, 품위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글쓴이도 어느 정도 과장해서 쓴 부분이 없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대화 하나하나에 어떤 분위기인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 동네엔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격투기 선수가 산다. 실력은 세계급이지만 매너가 더럽기로 유명한 선수다. 최근 한국 격투기 협회에서 선수들을 노예 취급하고 막 다룬다는 얘기에 격투기 팬이었던 나는 격투팬들과 격투기 선수들의 서명을 모아 힘이 되어 달라고 그를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쌍욕을 하며 꺼지라고 난리를 쳤다. 맞지 않은 게 다행이다. 하지만 별로 실망하진 않았다. 원래부터 이렇게 매너 더럽기로 유명한 인간이니까 사실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반칙도 서슴없이 사용하고 상대 선수에게 쌍욕을 퍼붓는 그의 입에서 도와주겠다는 친절한 말이 나오길 기대한 내가 멍청했지."

윗 글은 어떻게 보이는가? 위와 같은 경우에 소문 거리나 됐을 거라고 보는가?
정명훈의 반응에 이렇게 큰 파장이 일어난 건 평소 그의 음악이 너무 아름답고 열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은 평소 그의 음악과 이런 경박한 대처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당신의 음악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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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하민혁 2009/03/25 18:55

    `그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하길래 그 사람들 살려야 돼요?'

    이보다 이 상황을 더 잘 설명하고 있는 말이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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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작은평화 2009/03/25 18:58

      그렇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겁니다.
      아무리 립서비스라도 자기가 했던 말도
      기억 못하고 뒤집는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 이거죠.
      이걸 짚고 싶으신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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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새하얀 재 2009/03/25 22:17

    글 잘읽었습니다. 다른 견해가 있어 트랙백 걸어둡니다. 전 본질파악에 있어 관점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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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작은평화 2009/03/25 22:26

      저도 글 잘 읽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에 대해 완벽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무자비하게 마녀사냥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저도 님의 주장에는 동의합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님의 글에도 있듯이
      정명훈 지휘자의 반응도 적절한 대응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저런 식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할 거면
      차라리 외면하는 편이 나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어린 학생들이었고 본인은 어른이니까.
      그것도 존경 받는 어른 중에 한 명이니까
      반대하더라도 최소한 그에 걸맞는 적절한 대응을 했어야죠.

      그리고 정명훈 지휘자의 업적은 국위선양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엄격히 말하면 한국인이 아닙니다.
      미국 국적을 가진 미국인이죠.
      그래서 반응이 이런가...하고
      철없이 서운한 마음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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