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를 생략하자 -자연스러운 영상 번역을 위해1-


A. 컵을 좀 가져와
B. 컵 좀 가져와

A. 선생님이 오신다!
B. 선생님 오신다!

A. 창문이 깨진다니까
B. 창문 깨진다니까


오늘은 기본 중의 기본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막상 번역을 할 땐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는 부분. 위에 있는 A와 B의 예문 중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럽게 읽힐까요? 대부분 B가 자연스럽다고 느끼실 겁니다. A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름아닌 조사 때문입니다. 우리말에 있는 조사의 종류부터 살펴보죠.

국어의 격조사는 주격(이/가)·속격(의)·처격(에)·여격(에게)·대격(을/를/ㄹ)·도구격(으로/로)·공동격(와/과)·호격(아/야)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약간 복잡하죠?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영상 번역에서 신경써야 할 조사는 주격대격 조사가 대부분이거든요. 어떻게 신경쓰느냐? 굉장히 쉽습니다. 깔끔하게 생략하는 겁니다. 물론 생략해서 뜻이 통하지 않는 경우엔 사용할 수 없겠죠.

A. 누나 자꾸 때려!
B. 누나가 자꾸 때려!


설마 B를 A처럼 쓰시는 분은 없겠죠? -_-;

영상 번역은 타번역과 달리 구어의 성격이 강합니다. 캐릭터의 대사 자체를 하나의 형태로 옮기는 작업이기 때문에 구어의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죠. 자막을 봤을 때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실제 캐릭터의 을 듣는 느낌이 나야 합니다. 한국어는 일상 대화에서 조사를 사용하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를 넣으면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영상 번역을 하면서 '은, 는, 이, 가, 을, 를' 등의 조사를 과감히 생략해 보세요. 그 간단한 과정 하나로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문장이 됩니다. 평소 대화엔 쓰지 않지만 글로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쓰는 조사. 영상 번역의 함정은 여기 있습니다. 포맷에 얽매여서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경우도 아닌데 꼭 글(자막)으로 옮기다 보면 문어처럼 쓰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정관념이란 거죠. 당장 TV를 틀고 외화의 자막을 확인해 보세요. A와 같은 자막이 얼마나 많은지 바로 아실 겁니다. 물론 대단한 스킬도 아니고 단순히 생략만 하면 되는 거니까 습관만 고치면 곧바로 자연스러운 자막을 쓸 수 있습니다.

자막은 물리적인 형태를 띄고 있는 '글'이지만
실체는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말'이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독백이나 싯구 같은 경우는 문어처럼 처리해도 상관없습니다. 그 편이 나을 때가 많으니까요. 이 부분은 '주어 생략' 포스팅을 할 때 같이 다룰 생각입니다. 그럼 자연스러운 번역을 위해 휘리릭~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ckback Address :: http://subtitler.net/trackback/149 관련글 쓰기
  1. 역시 두줄 황석희 옹 의 명강연 이군요 ㅎㅎ

  2. 조사를 생략하자라...

    이거 확실히 조사하고 쓴 거야?


    ㅡ,-;;;;;;;;;;;;;;;;;;;;;;;;;;;;;;;아욱꼌ㅋㅋㅋㅋㅋ

  3. 와우! 너무 팍팍 와닿는 글입니다!
    영상번역 공부 중인 학생인데, 요즘 제가 고민하던 부분을 속 시원히 짚어주셨네요!
    정말 감사드려요~!^---^